한옥마을 남쪽 사람들
권행백 지음 / 온하루출판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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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야남편의 추적에 대해 수경에게 물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곱덕이 노비로 팔린 지 5년 후 열여덟 살이 되던 1789년에 오생원에게서 도망을 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붙잡혔을까.아니면 추노의 손아귀를 피했을까. 도주에 성공했다면 어디로 숨었을까. 나는 고문서를 파고들었다. 다행이 자료들 틈에서 해독이 어려웠던 초서체의 해석본을 발견했다. 그녀를 매수한 오생원, 즉 오응규라는 자가 관청으로부터 발급받은 입안이었다. 입안이란 부동산등기부등본 같은 소유궝증명서다. 오응교는 호구단자를 입안과 함께 보관했다. 나는 두 문서를 좌우로 나란히 놓고 고개를 돌려가며 한 자씩 살폈다. 오응규는 3년마다 관청에 호구단자를 제출했다. 인구조사에 응하는 동시에 소유재산에 대한 권리보존차원이었다. 곱덕을 매수하고 11년이 지난 1795년, 그러니까 곱덕이 사라진 지 6년 후 오응규가 다시 작성한 호구단자에 돚주노비의 명단이 들어있었다.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곱덕이 아직 붙잡히지 않은 것이었다. (p20)


한 편의 소설은 하나의 개성이다. 소설은 사실과 픽션을 오가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작가 권행백의 <한옥마을 남쪽 사람들>은 바로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ㅅ그 지역의 특징들을 짚어 나가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의 특징은 한 장소나 한 시대에 머물러 있지 않고, 이야기들을 하나둘 모아 나가면서 퍼즐을 맞춰 나가는 듯한 기부이 절로 들었다. 주인공이자 이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경서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경서의 여동생 수정, 두 사람은 그렇게 이 소설의 중심이 되어서 주연자 조연이 되고 있다. 


이 소설의 특징은 전주에 오래 살아왔던 이들이 감정 이입이 될 정도로 충분한 임팩트를 간직하고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들로 채워 나가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전주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짚어나가고 있다. 특히 이 소설을 이해하려면 전주한옥마을의 특징을 좀 더 이해하고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관광명소가 되어 버린 전주 한옥마을, 그러난 그곳은 그 명성에 맞지 않은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는 관광명소에 걸맞지 않게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상업적이면서, 그곳을 드나드는 이들을 위해서, 장사치를 위한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 소설에 감정이입되었던 이유는 바로 내가 사는 곳을 자꾸만 들여다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에도 관광 명소가 곳곳에 있으며, 그곳에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다양한 축제들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가면, 알맹이는 없는 속 껍데기들로만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은 또다른 문제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관광 명소이지만 그 지역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외지인들이 들어와 관광지와 무관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소설은 바로 그런 우리의 관광에 대한 인식과 민낯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 권의 소설을 펴냈고, 그 안에 우리들의 자화상이 드러나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수정과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와 시집와서 살아가는 미야, 베트남 월남 파병을 갔다온 봉수 염감..이들은 서로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만, 그 다름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통일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은 바로 한옥마을이 가지고 있는 보존과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진정한 관광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지역민을 위한 관광 특구가 아닌, 세금을 얻기위한 관광지로 변질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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