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되는 시간
김신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누군가에게 베풀면 그 이상으로 돌려받게 되는데, 육아만큼 보상이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것도 없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키움으로서 나 스스로를 어른으로 키운다. 그 후배에게는 어릴 적 상처가 많다는 게 자식 낳기를 망설일 이유가 되진 못한다고 말해주었다. (p60)


감독이 아역과 성인역을 따로 두고 단번에 찍을 수 있는 영화를 굳이 12년이나 공들여 만든 이유는 시간의 무게를 온전히 담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잡다한 수다나 불필요한 일화들로 채워지며, 주인공의 인생에서 결정적이라 할 수 있는 순간은 오히려 생략되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모인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다. (p93)


당연하다 생각한 것이 당여나지 않다는 걸 알면 철이 든거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없는 것, 아쉬운 것에 마음을 쏟기 마련이다. 자주 툴툴거리고 비교하며 마음 아파한다. 반면 철이 든 어른은 당연한 것이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p131)



이영화에서 가장 끔찍한 장면은 귀도가 새벽 무렵에 목격하는 거대한 시체더미가 아니다. 어느날 귀도는 과거에 친분이 있던 독일 의사 레싱 박사와 재회한다. 그를 수용소에서 만나다니 이런 천운이 또 있을까? 수수께끼를 좋아하던 두 사람은 어려운 문제를 내고 서로 맞히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사이였다. 그 덕분에 귀도는 수용소 내 있는 독일군과 가족들이 지내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게 된다. 그리고 레싱 박사가 자신과 가족들을 살려줄 것에 희망을 건다. 하루는 레싱 박사가 눈치를 살피다 적절한 순간에 중요한 이야기를 하자며 귀도를 몰래 부른다. 귀도와 아들의 탈출 방법을 의논할 줄 알았던 그 자리에서 뜻밖에도 레싱 박사는 그간 귀도를 보지 못해 오랫도안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 하나를 꺼내며 답을 아는지 묻는다. 한사람의 인생이 걸린 순간에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p224)


사람마다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육아를 책으로 배운 사람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의 직업에 따라서, 내 주변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 나의 가족들이나, 친척은 누구이며,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직업이 MBC PD 라는 것에 눈길이 갔다. 육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PD라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살리면서, 육아에 대한 관점을 설명하고, 그 이야기에 스스로 설득당하게 된다.


세 아이의 아빠. 항상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전쟁을 치루게 된다. 첫 아이를 기를 때와 둘째를 기를 때, 세째를 기를 때 그 느낌은 달라지게 된다. 아빠로서 실수를 하고, 때로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버럭 화를 내고, 그것 대문에 자책하는 나날이 연속되고 있다.저자는 육아를 통해 자신의 또다른 모습들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정답이 있는 육아보다 스스로 선택한 육아, 그 안에서 아이의 시선으로 육아에 대한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 좋은 육아의 원칙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 보자면,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데는 거기에 맞는 또다른 이유와 변명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육아 방식은 어른들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데, 그로 인해서 아이들은 부모님의 행동 하나 하나에 상처 받게 되고,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몰라준다는 생각을 지배적으로 할 가능성이 커져가게 되는 거다. 이런 과정들은 저자 뿐 아니라 다른 가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겨하는 놀이 방식, 수수께끼와 숨바꼭질을 하면서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저자의 육아에 대한 자세가 눈에 들어왔다. 


저자는 다양한 영화들을 육아와 삶을 연결짓고 있었다. 그중에 눈에 둘어왔던 영화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와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한 아이의 6세부터 18세까지의 성장과정을 찍은 영화는 아이의 성장에서 일상적인 모습들이 바로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는 점을 저자는 강조하고 잇으며, 가정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라고 소개한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는 사람이 죄에 대한 무감각,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지 않는 자세가 어떤 일을 자아내고 있는지 로베르토 베니니(귀도), 니콜레타 브라스키(도라)를 대비시켜 놓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레싱박사로 나오는 호르스트 부흐홀츠는 귀도와 거래를 하는데, 그것은 수수께끼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수수께끼 하나로 결정할려는 레싱 박사의 모습은 섬득하다 할 정도로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레싱 박사는 영화 안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삶 곳곳에 또다른 레싱박사가 존재하며, 그들은 세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표출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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