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놈의 집구석 내가 들어가나봐라
글쓰는 청소부 아지매와 모모남매 지음 / 베프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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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서기 전에 엄마의 튀어 나온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다가 재미있는 것을 포착했다! 엄마가 속눈썹 화장을 한 것이다. 엄마가 화장한 모습을 본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되었다. 분명 내가 유치원 송년회에 참석할 때 화장을 하셨던 것 같다. 그때 이후로는 화장을 하신 모습을 못 봤던 것 같다. 매일 예쁘게 다듬은 머리보다는 일하기 편하게 묶은 머리스타일을 선호했고, 화장보다는 선크림을 잔뜩 바르거나 썬 캡을 쓰고 일하는 모습만 보았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는 '우리 엄마도 예뻣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었다. 최근에서야 엄마의 화장하지 않는 진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자식들에게 몇 천원이라도 더 쥐어주고 학교 보내기 위해서 ,다른 친구들이 다 쓰는 준비물을 준비하지 못해서 못 배우게 될까봐 엄마는 그렇게 자신보다 자식에게 뼛속까지 모두 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엄마가 손이 많이 가는 속눈썹 화장을 했다. 곧바로 그것을 캐치해서 엄마에게 "화장하니 예쁘네"라고 했더니 쑥쓰러운 미소를 감추기 바빳다. 엄마가 자신의 예쁜 모습을 좋아하시니 아들인 나도 기뻤다. (p278)


눈시울이 뜨거운 문장 하나이다. 나는 종종 내 집을 스스로 집구석이라 부른다. 무의식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오면 부모님은 덜 좋아한다. '집구석'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어감은 부정적이며, 사람들은 그 단어에 대해서 불편해 한다. 책 속의 주인공 모모 남매와 모모 엄마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고, 세상의 수많은 가정들의 또다른 모습이다. 나와 비슷한 가정에 대한 인생사를 들여다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위로와 공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보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는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꿈길이며, 그안에서 새로운 선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나에게 주어진 삶에 불평하지 않고, 그 안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가도록 노력하는 거다.


모모 엄마는 이혼하였다. 남편과의 불가피한 선택, 그 선택은 모모 남매에게 새로운 변화였고 영향이었다. 경제관념이 확실한 모모 오빠와 경제 관념이 없는 외톨이 여동생 모모. 모모의 모습을 보면서 모모 뒤에 감춰진 컴플렉스와 결핍이 드러났다. 휴대폰 게임으로 100만원을 쓴 여동생의 모습, 그런 모습을 부모의 입장으로 보자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자본주의 사회의 도다른 문제는 바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70만원 월급을 통째로 게임머니로 쓴 딸과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 경제관념 없는 여동생을 바라보는 오빠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지고 상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 사랑, 용기, 소확행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들이 책을 쓴다는 말에 선뜻 용기를 내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는 엄마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안스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나 있다.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스스로 잔소리 대마왕이 되어야 하는 엄마의 모습 뒤에는 자신처럼 되지 않기를 바라는 엄마의 사랑이 깃들여져 있다. 엄마의 따스함 속에 세 가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자꾸만 거울 속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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