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body I Used to Know: A Memoir (Hardcover)
Wendy Mitchell / Ballantine Books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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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지. 살면서 경험을 통해 공포가 쌓이는 것뿐이야. 네가 어쩌다 동물을 무서워하게 됐는지 지금도 기억나. 지금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 같지만, 너는 애완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고 그런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 어릴 적 어느 날 네가 씽씽카를 타고 가는데, 큰 검은 개가 이빨을 드러내고 짖으면서 쫒아왔지. 네가 느낀 공포는 평생 동물을 무서워할 만큼 컷어. 그 후 너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을 피해 길을 건넜고, 고양이도 마찬가지였어. 정원 담에 느긋하게 앉은 고양이 앞을 지날 때면 뒷목의 털이 곤두서곤 했지. 젬마가 고양이 몇 마리를 키우자 넌 겁을 냈고, 젬마는 네가 다니러 갈 때마다 고양이를 밖에 내놓았어.(p178)


2014년 58세에 치매 판정을 받았던 웬디미첼의 삶의 이야기다. 그녀는 뇌졸증 판정 이후 기억을 잃어버리는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게 된다. 자신의 일상이 한 순간 바꿔버리는 순간적인 변화들, 이 변화 속에서 자신의 일상들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이유 없이 느껴지는 두려움들은 자신이 해 왔던 당연한 것들이 조금씩 당연하지 않게 된다. 포크와 나이프가 어디 있는지, 평소 자신이 즐겨 썼던 물건들이 어디 있는지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고, 먹고 자고, 입고, 쓰고, 책을 읽는 과정들이 점점 힘들어지게 된다. 삶이 바뀌는 건 한 순간이었다. 사람들과 만나면서 자신이 기억을 잃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 평소 만나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함으로서 변명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렇지 않은 일련의 행동들이 불가능해졌다. 사람들은 이제 웬디 미첼이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서 알면서도 모른 척 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웬디 미첼의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게 되는 거였다. 한 권의 책에서 같은 페이지를 읽고 다시 펼쳐 들면 같은 페이지를 펼치면서 읽어나가게 된다. 점점 더 자신의 존재감이 사라지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하고 왜 했는지 조차 읽어버리는 시간들은 반복되고 있었다. 자신의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못하고, 세상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게 된다. 내 앞에 놓여진 수많은 문제들이 점점 더 자신을 옭아매게 된다.세상이 나를 버릴 수 있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하나둘 빼앗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두려움이다. 일상 속에서 그 두려움을 매 순간 만나게 되고, 런던의 여러 거리들을 스스로 걸어다니면서 자신의 기억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항상 매 순간 자신이 어디를 가고, 어디를 오는지 의식하고, 자각하면서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웬디 미첼은 영화 스틸 앨리스의 주인공 줄리안 무어를 보면서 자신의 삶과 겹쳐 놓고 있었다.그리고 스스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웬디 미첼은 매 순간 기록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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