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봄날은 간다 - 우리 가슴에 어머니가 살아계시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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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부재라는 커다란 상실 앞에서 아이는 묻고 따지고 싶은 게 많아진다. "어머니는 왜 죽었어?" 언니와 만난 날 아이가 묻는다. "아버지는 왜 내가 태어나는 날 돌아가신 거야?" 오빠와 만난 날 아이가 묻는다. 아버지는 어부였는데 돈을 벌러 바다에 나갔다가 물에 빠져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지켜보는 대신 바다에 나가 돈을 벌어야 할 정도로 각박했던 삶이 아버지를 데려갔다. (p31)


살아갈수록 부모 없는 설움이 커져만 간다. 아버지를 잡아먹고 테어난 아이라는 꼬리표 때문인지 아이는 아무렇게나 대해진다. 주변 동네 애들은 거의 다 부모님과 함깨 산다. 친구 집에 가면 고구마나 옥수수를 내어주는 엄마들이 있다. 더러 아버지에게 매 맞고 우는 애들조차도 아이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p35)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상처가 있다. 왜냐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완전하다면 태어남도 ,삶도 없었을 것이다. 그 상처의 이름을 '상실'이라고 부른다. 상실은 자신을 잃어버린 자아가 만든 정서의 감정이다. 자신을 사랑하려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랑의 삶은 상처 속에 숨어 있다. 상처로 인해 상실당할 것인가? 상처를 상실시킬 것인가? 순간순간 선택해야 한다. 상실시키려면 상처 속으로 과감히 뛰어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의 구속 속에서 방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p48)


한권의 책을 펼치면서 자꾸만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아버지를 잡아먹고 자란 아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해와 생일에 태어났기 때문에 세상은 그렇게 그 아이에게 또다른 운명을 지어줬다. 살아가야 하고, 살아질 수 밖에 없는 그러한 운명 속에서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다. '상처'는 '상실'속에서 태어났고, 상실 속에서 자라왔다. 죽음 이라는 것은 내 앞에 놓여져 왔지만,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남의 집에 얹혀 산다는 걸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의 입장에서 저자의 인생 스팩트럼은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남아있다. 슬픔 속에서 슬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고, 죽음 앞에서 죽음을 느낄 겨를 조차 없었다. 인생의 굴레는 그렇게 그 사람을 잡아먹게 되었고, 그것은 층층히 아픔이 되었다. 왜 그랬을까, 왜였을까.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걸까, 나만 그렇게 살아지는 건가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오게 된다. 우울이라는 것도 내 안의 상처와 상실감에서 나타났다.인간이 느끼는 고통은 그렇게 슬퍼하고 슬픔으로 만들어졌고, 우리는 그렇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게 된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살아가려면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그 마음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죽음 속에서 삶과 함께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슬픔을 껴안고 살아왔다. 죽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의 그림자들은 그렇게 나와 나 자신에게 또다른 굴레로 작동하게 되고, 우리는 나의 기억들을 꼽씹고 또 꼽씹게 된다.한 권의 책 속에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미움이 묻어났다. 슬픔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그런 아픔들의 흔적들, 그런 것들은 우리 앞에 놓여진 수많은 상념들로 채워지고 있다. 삶에 대해서, 죽음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고, 그로인해 느껴지는 저자의 감정 스펙트럼과 마주하게 되었다. 슬픔 속에서 살아왔던 그러한 세월의 시간들이 우리 앞에 놓여지고 있다.그리고 한권의 책 속에 나의 인생 스펙트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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