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손장락 지음 / 렛츠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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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없는 듯이
있는 듯이
그대로 있고

주지 말고
갖지 말고
마음 비우면

허공처럼
창공처럼
깨끗하여라


순리

조용히 ..
자연의 소리를
들어봐

가만히
노을의 풍경을
바라봐

그러면..
모든 게 
순리인거야..(p14)


씨앗

씨앗의 

본질은 생존이다

억겁의 시간 속
알수 없는 확률로
살아남아 꿈틀대는데

고픔과 아픔
인내와 감내
질주와 완주

그 모든 걸
견뎌내고
뿌리 깊은 생명체로
세상을 안고 간다.

한 톨의
씨앗이 태동하면
경이로운 세상이
펼쳐질 거야.(p45)

바람

우리는 
바람 속에 태어났을까
바람결에 지워졌을까

휘몰아친 세월의
모퉁이에 태어난 나는
바다로 가야 할지
산으로 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시간의 저쪽에서
보내온 소식을 듣고
나는
너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몸부림친다

우리가 
만났던 것은
한 줄기 따뜻한
바람이었다고
흐느껴 운다.,(p97)


순수였고, 순리였고, 자연이었고, 본질이었다. 돌이켜 보면 인간은 하나에 대해서 다양한 언어를 쓰고 있었다. 자의 반 타의반 인간이 규정해 놓은 단어들은 인간 세계를 규정짓게 되었고, 어쩌면 우리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선택한 시구는 나의 마음과 통하는 시구였고, 공감가는 시구였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바라보았던 시구 하나 하나 읽으면서, 나는 그렇게 자연 속의 무언가를 관찰하게 된다. 나는 생각하고 질문한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것, 순리대로 살라고 말하는 웃어른의 말들을 펼쳐보면서 그 의미의 깊이를 들여다 보았다. 정말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해왔던 순리와 , 세상사람들이 규정짓는 순리는 다른 거다.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것, 자연 속에 노출되어 있는 다양한 모습들이 순리였고, 본질이다. 인간이 써왔던 언어들은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들을 왜곡시켜왔다. 왜곡은 순리에서 벗어나 있다. 왜곡은 자연과 멀어지고 있었다.생명이 응축되어 있는 씨앗은 자연 그 자체이다. 인간은 결코 씨앗을 가공해 내지 못하고 있다.,다만 자연을 이용해서, 자연의 원리에 따라서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 낼 뿐이다. 생존을 위해서 자연이 만들어낸 오묘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씨앗은 바로 하나의 생명체를 싹티워 나가게 된다. 문득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씨앗은 무엇인가,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서 어떤 씨앗을 만들어낸 것일까, 자연의 오묘한 원리들이 이 책 속에 녹여져 있었다. 사람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있고, 생존하기 위한 삶이 시에 스며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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