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문장 수업 - 하루 한 문장으로 배우는 품격 있는 삶
김동섭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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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1990년대 한국인 성우의 목소리가 나오는 미드를 보면 , 라틴어 수업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장면이 나온다. 문학 소설에서도 라틴어 수업 시간은 지루하고, 딱딱한 수업시간으로 소개되고 있다. 라틴어 책을 펼쳐 보지 않았고, 문법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라틴어는 어렵다는 고정인식이 생겨난 것은 그때 부터였다. 우리는 이처럼 어떤 것에 대해서 직접 겪어보고 느끼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에 대한 고정관념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 그건 사물이나 언어 문화, 사람들에 대해서 예외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라틴어는 쉬운 언어가 될 가능성이 될 여지를 남겨둔다. 책 속에 소개되고 있는 짤막한 라틴어 문장들은 라틴어의 모국 로마의 역사와 함께 소개되고 있으며, 그 특징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더군다나 이 책이 익숙하게 느껴졌던 이유는 책 속의 로마사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기본으로 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였다. 


Militat omnis amans, et habet sua castra Cupido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싸우나니.

모든 연인들은 싸우네.
큐피드도 자신만의 병영이 있으니,
아티우스, 내말을 믿게, 모든 연인들은 싸우나니.
전쟁에 적합한 나이라면 사랑에도 적합하네.
노인의 사랑은 추하듯이 노병도 전쟁에는 맞지 않네.
장군들이 병사들에게 용기를 요구하듯이
아름다운 소녀는 자신의 동반자를 찾네.
병사와 연인들은 밤에도 항상 깨어 있다네.
하나는 상대방을 자신의 방으로 이끌고
다른 한 명은 장군들의 방으로 발이 간다네.
병사가 쉬지 않고 전장을 누비듯이
연이들은 땅끝까지 애인을 따라가네.(p87)

사랑에 대한 깊은 지혜였다. 사랑하는 이들은 싸운다는 그 말은 2000년전 로마 그 시대에도 유효하였고, 지금도 유효하다. 지혜라는 것은 그 본질에 다가가는 거였다. 2000년 전 사랑에 대한 정의는 지금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일치한다.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내 후대에도, 2000년 이후에도 바뀌지 않음을 보여주는 진리이자 지혜로움 그 자체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고전을 가까이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물론 라틴어를 배우고 싶은 이유, 라틴어가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변하지 않는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Natura semina nobis scientiae debit, scientiam non dedit.
자연은 지혜의 씨앗을 줄 뿐, 지혜 자체를 주지 않는다. (p100)

Alea iacta est! 주사위는 던저졌다.!(p160)

Veni Vidi Vici!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p166)

Fortuna vitrea est ; tum cum splendet frangitur  운은 유리다.반짝 빛날 때 깨진다.(p47)


익숙한 문장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로마 시대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그가 죽은 이후 로마는 점점 더 쇠퇴하게 된다. 그가 살았던 로마의 역사들을 보면 흥미로움 그 자체이다. 그리스를 닮고 싶어했던 로마의 결핍은 지금의 로마의 모습을 탄생 시켰으며,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로마를 향하고 있었다. 그들을 모방하고 빼끼고, 때로는 복사하여서 붙여넣고 싶은 모습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이 책에 나오는 라틴어 경구들을 보면 우리가 즐겨 쓰고 있는 속담들과 묘하게 연결되고 있다. 라틴어에는 인간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래서 우리는 언어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않고, 살아간다. 삶과 죽음의 테두리 안에서 라틴어가 가지는 그 한계, 그것이 로마에 대해서 알고, 라틴어에 대해 공부하고, 심취하는 또다른 이유다. 소설 속에서, 영화 속에서, 일상 속에서 라틴어 문장 하나 하나 외워서 적절하게 쓰여진다면, 나에 대한 지적인 소양은 지금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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