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씨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3
강동수 지음 / 호밀밭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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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바다를 홀로 떠다니자니 무섭다. 은수와 같이 다닌다면 이렇게 겁이 나진 않을텐데.. 그래도 나는 갈 것이다.불과 물, 그리고 얼음의 도가니를 건너야만 생명을 다시 얻는다면 나는 기꺼이 그곳을 통과할 거다. 어둡고 컴컴하게 벌어진 땅의 아가리에라도 주저 없이 뛰어들 거다. 그래야만 은수를 다시 만나고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생이라는 게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부표의 점멸등처럼 흐리고 약한 것이라는 걸 나는 죽어서 깨닫는다. (p152)


생과 사는 엮여 있다. 생이 어느 순간에 사가 될 수 있고, 사가 생이 될 수 있다. 죽음이 삶으로 바뀌는 순간 우리는 안도의 한순을 내밷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 우리 앞에 놓여지면, 우리는 고통과 슬픔에 몸서리 치게 되고, 위로를 얻기 위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의 죽음이 자본이 되고, 권력이 되면서 그렇게 살아온 현대의 지금 삶 속에서 때로는 죽음보다 자본과 권력이 앞서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철저히 자본의 논리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면, 우리가 자본을 바라보는 시선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교차되고 , 충돌될 가능성도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해 서두에 밝혀놓은 이유는 소설가 강동수의 <언더 더 씨>를 언급하기 위해서였다. 책은 7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으며, 일곱 편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느 것은 삶과 죽음이다. 첫번째 작품 정염은 조선시대 정약용이 살았던 그 시대상을 보여주고 있다. 죽음과 관련하여, 그 죽은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으며, 점룡과 수향이 불타죽은 원인을 들여다 보고 있다. 물론 죽음은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있으며, 그 흐름 속에서 죽음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꿔 놓는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두번째 단편은 <가족 소풍>이다. 책 제목과 달리 이 소설은 씁쓸함 그 자체이다. '(주) 굿윌 역할 대행' 에서 일하는 주인공은 우리 삶 속에 비여있는 공간과 시간, 장소들을 채워 나간다. 때로는 팬이 되고, 때로는 가족 중 누군가가 되어서 시간을 채워주는 것, 그들은 자본의 논리에 따라서 누군가를 대체하고 있다. 편모 가정이라면 아빠 역할을 대신해 주고, 편부 가정이라면 엄마 역할을 대신하고, 결혼식에서는 하객이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그 무엇이든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돈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고 있다. 시간이 돈을 벌어다주고, 사람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것, 수요와 공급이 있다면 그것이 돈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 된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는 단편이다.


네번째 이야기가 책 제목과 같은 <언더 더 씨>였다. 이 소설은 세월호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물속에 잠겨 버린 은수와 나. 나는 물속에 잠겨진 채 죽었지만, 죽은 것이 아니었다. 영혼이 살아남은 채 주인공 '나'는 세상을 관찰하고 있었다. 죽음이라는 실체에 접근하면서 , 사람들은 두 주인공의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관찰해 보는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영혼으로 존재하는 내가 자신이 왜 죽었는지 알지 못한 채 구천으로 떠도는 그 모습을 본다면, 살아있는 이들이 죽은 이들을 향하는 행동의 이유를 알 수 있으며, 죽은 이가 다시 가족 곁으로 되돌아 오지 않음에도 생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죽음에 대해서 왜 죽어야 했는지 찾기 위한 그 몸부림, 내 아이를 그대로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은 그렇게 누군가의 삶을 앗아가고 ,그것이 앞으로 똑같은 형태로 누군가를 삼킬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죽음에 대해서 원인을 찾고,진실을 찾기 위해서 연대라는 또다른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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