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빙의 숲
이은선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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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지에 친구와 남편을 잃고 황망해하던 얼굴을 떠올리면 눈앞이 먹먹하게 흐려졌다. 배신감과 슬픔에 압도된 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느라 정혜 쪽으로는 가지도 못했다. 가슴 아프지만 더 찾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육십일 세들. (p29)

언제부터 기포들이 찾아왔는지 숲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저 뿌리와 돌들이 얽힌 자리에 물을 모아두고 ,때로는 바다 쪽으로 뻗어간 뿌리들에게도 그 물을 보내어 보듬어주는 일을 변함없이 해낼 따름이다. 제가 죽은 것을 모르고 갈 길도 알지 못하는 기포들을 잠시라도 편히 놓아두기 위해서 비자림의 이파리가 빽빽해졌다. (p50)


산다는 건 무엇이고, 죽음은 무엇일까.소설가 이은선씨의 <유빙의 숲>을 읽기 전 장례식을 다녀오면서 느꼈던 내 삶의 화두였다. 장례식앞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이 가져오는 슬픔의 근원은 어디인지 찾아보게 된다. 사람의 죽음과 동물의 사체. 그 두가지 모습에 대해서 인간이 바라보는 것은 양면적인 과정을 우리는 거치게 된다. 동물의 죽음은 그것은 오묘한 자연의 섭리에 따라가는 것이며, 죽음은 곧 생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순환과정이다. 밤면에 인간이 생각하는 죽음이라는 것,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은 인위적이면서 작위적이다. 때로는 생명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인간들은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토나오는 발언들을 서슴치 않고 있다. 전혀 자연적이지 않는 우리가 생각하는 생명에 대해 다루는 우리들의 기준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것이 씁쓸함으로 다가왔다.


소설의 주 화두는 세월호였다. 책 제목이자 책에 담겨져 잇는 여덟편의 단편 소설 중 두번째 작품은 세월호를 주 타겟으로 삼고 있다. 희생자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는 그들의 삶, 소설 속 조형사는 세월호와 바닷 속에 잠겨버린 희생자를 바라보는 미묘한 심리를 엿볼 수 있다. 해경에 지원하지 않아서 다해이라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조형사의 마음을 들여다 보며면 이해가 가면서도 씁쓸하다는 걸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직업이 그 누구보다 정보를 먼저 받을 수 있었고, 조카의 죽음에 대한 소식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조형사는, 자신이 조카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맞닿뜨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진실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 ,내가 조형사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곰곰히 생각하게 된다.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을 거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소설을 며칠전 장례식에서 복도했던 상황들과 연결시킬 수 밖에 없었다. 진실을 마주하면서 큰 슬픔에 잠겨 있는 사람과 남의 이야기처럼 일상적인 죽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의 심리는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어쩌면 후자에 가까운 존재였다. 전자에 가까웠던 사람은 나의 가까운 지인이었다. 누군가 진실을 말할 때 귀를 막았다는 지인의 말이 적극 공감하였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어쩌면 거대한 쓰나미와 같은 두려움과 마주한다는 것과 동일시될 수 있으며, 지인은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였다. 죽음 이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렇제 죽음을 기억하면서 때로는 관찰자 입장에서 때로는 그것을 가슴에 묻어 놓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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