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수업 - 낯선 아내를 만나러 갑니다
김준범 지음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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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느닷없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내몰렸을 때의 아득함을 그 누가 짐작이나 할까요. 아픔은 같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제일 잘 알아요. 서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모르는 당신, 당신이 몰랐던 나의 삶이 아직 우리 사이에도 가득하네요. 오늘 당신의 세상을 한 걸은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P43)

"꿈을 꾸었습니다. 살고 싶으면 당신이 가진 것 중 하나를 버리라고 해서, 집을 버렸습니다. 다시 물어옵니다. 살고 싶으면 하나를 또 버리라고, 그래서 직장을 버렸습니다. 버리고 버리다 더 이상 버릴 게 없는 제게, 다시 물어옵니다. 이제 남은 건 남편과 두 아들 뿐입니다. 사고 싶으면 하나를 버리라고..왈칵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더 이상 버릴 것도,버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 밤, 버려야 할 것들 가운데서 지켜야 할 것들과 마주했습니다. 지키기 위해 지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P59)

"세상에 공짜가 없다고 하잖아요. 건강을 잃은 만큼, 얻은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몸이 아프고 나니, 흘러가는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삶의 우선순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 놓아도 , 다 포기해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 두 아이가 그런 존재였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강해졌습니다.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기 때문입니다.(P91) 

"남편이 나를 위해 건강에 좋다는 곳을 찾아갑니다. 건강한 숲이 있다고 전라도로 가족 여행을 떠났습니다. 맨발로 걸어야 효과가 좋다며 온 가족이 처음으로 맨발이 되었습니다. 발이 아팠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힘이 났습니다. 남편이 가져다준 선물입니다. (P114)


사람들은 사랑과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에 대해서 우리는 알고 있지만 깨닫지 못한다. 공기가 내 곁에 머물러 있음에도 , 물이 내 곁에 가까이 있음에도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고, 아픔과 슬픔으로 남아있게 된다. 아득함과 슬픔이 교차된다는 걸 , 항상 내 가까운 누군가의 삶을 통해 보면서, 느끼면서 살아가는데도, 그 사람의 막막함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막막함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그 아픔을 나는 온전히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행복과 사랑을 스스로 만나게 된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우리들의 일상들 속에서 후회가 반복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스스로 행복을 얻을 권리, 사랑할 권리를 잃어버리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프다는 것, 저자의 아내 이남희씨, 이남희씨의 남편 김준범씨, 두 사람은 사랑하였고,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슬픔이 찾아오게 되는데, 아내에게 찾아온 불청객은 암이었다. 그것은 난소암 3기였다. 모든 걸 내려 놓아야 한다는 걸 아내 이남희씨는 스스로 실천하고 있었다.그래서는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잔인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집을 내려 놓았고, 직장을 내려놓았고, 가진 것들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남편과 두 아들을 내려놓을 순 없었다. 살아갈 이유, 살아가야 할 의지는 지켜야 할 것이 있기 때문에 만들어졌다. 그로 인해서 이남희씨는 스스로 넘어지지 않기로 했다. 아니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리라고 다짐하였다. 남편과 함께 하는 사랑과 행복이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게끔 해 주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 오롯히 기록되어 있다. 사랑과 행복에 대한 정의, 틀리다는 걸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되는 그 순간, 두 사람은 온전히 사랑과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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