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경제 세계사 -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결정적 장면 35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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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는 1664~1666년까지 영국 런던을 강타한 '런던 대역병'으로 재연되었다. 이때도 온몸이 까맣게 변한 시신들이 즐비했지만,큰 구덩이에 묻는 것 이외에는 아무 대책이 없었다. 민간요법으로 소변 목욕이 등장했고, 고양이가 벼을 옮긴다고 해서 고양이 도살 사태도 벌어졌다. 하지만 고양이가 사라지자 쥐가 번식해 페스트가 더욱 기승을 부려 6만 8,000명이 죽었다.(p23)

콜럼버스의 교환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지구촌으로 가까워진 세계 곳곳에서 사람과 상품, 동식물이 끊임없이 다른 대륙을 오간다. 외래종 황소개구리,블루길과 배스 등이 우리나라 하천을 휘저었다. 거꾸로 한국의 쏘가리는 미국 하천에서 최고 포식자로 군림한다. 그럼에도 아메리카 대륙처럼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접촉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면서 면역도 세계화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p31)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착공도 쿨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서부의 철도 공사 중 최악의 난코스였던 시에라네바다산맥에 쿨리가 투입되었다. 깍아지른 협곡은 경사도가 75도를 넘었다. 이런 암벽 사이에 구멍을 뚫고 화약을 끼워 넣는 위험한 발파 작업은 죄다 쿨리 몫이었다.(p37)


1666년 9월 2일 새벽, 빵공장에서 치솟은 불길이 런던 중심가를 덮쳤다. 시 당국의 늑장대응으로 화재는 닷새간 이어졌다. 유서 깊은 세인트폴 대성당을 비롯해 교회 87곳을 태웠고, 시내 가옥의 4분의 1이 소실되어 수만명의 이재민을 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구가 급증한 데다 목조건물이어서 피해가 컸다. 역사에 기록된 런던 대화재였다.(p208)


스핑크스의 깨진 코는 반달리즘의 상징으로 간주되는데,이런 형태의 석상 파괴는 동양에서도 적지 않았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석불 ,석탑, 불화 등이 광범위하게 훼손되었다. 중국에도 불교 벽화에 회칠을 하거나 석불을 파괴한 경우가 흔하다.

일산 속에서도 반달리즘은 흔히 일어난다. 국내외 유명 관광지마다 한글 낙서를 볼 수 있다. 북한에서 깍아지른 명산의 절벽에 김일성 부자를 찬양하는 글귀를 새긴 것도 마찬가지다.(p233)

학교 다닐 때 한국사,세계사는 뭔가 식상하고, 천편일률적이다. 매번 만나는 사회선생님,역사 선생님은 하나의 틀에서 긴 역사들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관을 주입시켜갔다. 국정교과서가 왜 문제인지 그때는 의식하는 것 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돌이켜 보면 내가 그동안 마주했던 역사에 대한 오류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목적에 따라 쓰여졌으며,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지나고 보니 참 무서운 것이다. 애 안의 무의식들이 모여서 나의 습관이 된다는 걸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두려워지게 되는 거였다. 다양한 역사책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자 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경제를 기준으로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35꼭지로 이뤄진 경제는 돈과 화폐,자본이 연결되고 있다. 돌이켜 보자면 우릿가 만나게 되는 역사의 변곡점은 항상 경제와 만났고, 그것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었다. 첫번째 소개되고 있는 페스트라는 전염병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흐름이다. 흐름은 강물이 지구를 순환하는 것처럼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만, 인간은 그것을 넘어설려고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흐름을 거스르고, 때로는 그 속도를 가파르게 만들어 놓고, 한편으로는 가속도를 붙여나가는 경우도 존재한다. 문명의 탄생은 그렇게 우리를 새로운 변화로 이끌었으며, 과학기술 발달은 새론운 경제를 만들어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서지 않고,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최대의 수준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문제를 만들고, 소멸시켜 나가고 있다. 물물 교환과 지역적 이동아 자유로워 지면서, 인간의 욕망에 의해 외래종이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을 인간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던 거다. 사람의 욕망은 인간이 만든 문화재를 찬양하고, 때로는 훼손시키고 있다.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반달리즘이란 바로 이런 거였다. 대한민국서회 곳곳에 보여지고 있는 반달리즘, 최근 숭례문에 방화를 일으킨 것도 일종의 반달리즘이다. IS 가 서아시아 의 문화재를 파괴한 것도 마찬가지다.어떤 문화재를 만들고 지키는 건 어려워고 훼손되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고, 때로는 그것이 한숨을 짓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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