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어.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도 않고 쥐와 토끼가 나한테 뭘 시키지도 않았잖아. 토끼 굴로 들어오지 말걸. 하지만...하지만 말이야..이렇게 사는 게 더 재미있긴 해.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궁금하거든! 동화책을 읽을 땐 그런 일이 내겐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금은 낵 바로 그 주인공이잖아! 내 이야기를 쓴 책이 있어야 해!다연히 그래야지. 내가 크면 한 권 꼭 써야지. 하지만 지금도 벌써 이렇게 커 버린 걸.'(p53)
왕이 명령했다.
"전령관은 기소장을 읽어라!"
이 말에 흰토끼가 나팔을 우렁차게 세 번 불더니 양피지 두루마리를 활짝 펼치고 읽어 내려갔다.
어느 여름 날 하트 여왕님은 파이를 만드셨다.
하트 잭이 그 파이를 훔쳐 멀리 도망가 버렸다!
왕이 배심원들에게 말했다
"평결을 내려라."
토끼가 다금히 끼어들었다.
"아직 ,아직 안 됩니다! 그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왕이 말했다.
첫번째 증인을 들라 하라."
흰토끼가 나팔을 세 번 불고 나서 소리쳤다.
"첫번째 증인!"
첫 번째 증인은 모자 장수였다. 모자 장수는 한 손에는 찻잔을 , 다른 손에는 버터 바른 빵 조각을 들고 법정으로 들어섰다. (p175)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루이스 캐럴이 남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다른 판본으로 읽었던 적이 있고, 이번이 두번째였다. 뭔가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이 고전 동화는 동화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까지 다양한 버전으로 우리 곁에서 숨쉬고 잇었고,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색다르게 느겨졌다. 고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라면, 읽을 때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달라진다는데 있다. 내가 나이를 먹음에 따라 고전도 그만큼 성숙되고 있으며, 그 의미와 작품을 바라보는 깊이도 바뀌어 가고 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어릴 적 봤던 광고였다. 단순한 율동을 느낄 수 있는 그 노래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아이들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가게 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 1879년에 쓰여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쓰여졌을 때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때의 아이들은 동화책을 읽으면서 동화 속 주인공이 내가 되었으면 하는 그러한 공통분모 속에 있다. 책 속 주인공 앨리스의 모습, 이상한 나라에 들어서면서 키가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고, 목이 길어졌다 줄어들었다 하고 있다. 앨리스가 무엇을 먹었느냐에 따라서 앨리스는 달라지게 된다. 루이스 캐럴은 그러한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고, 리델의 막내딸 앨리스를 모티브로 하여서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던 거였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서 그 동화 속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내가 리델의 막내딸 입장이라면, 지금 현재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것과 같은 설레임과 기대, 그리고 상상력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또한 이 책에서는 그 시대에 살았던 이들을 제대로 풍자하고 있었고, 그들이 왜 풍자하는지, 그리고 그 풍자의 대상이 지금도 바뀌지 않고 있음을 다시금 느낄 수 있다. 특히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로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안에 다양한 수수께끼를 감춰두고 있었다. 그래서 동화임에도 다양한 해석들이 존재하였고, 그 안에 수학, 과학,양자역학,물리학 등등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제공하는 동화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즉 이 책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은 루이스 캐럴을 좋아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해왔던 아이들이 성장하고, 어른이 되면서 그 어릴 적 상상력을 현실로 바꿔 나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