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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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요리하는 것도 하루하루의 즐거움 가운데 중대한 요소다. 다른 집안일은 그저 필요하니까 할 뿐이지만 요리를 하는 건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 손이 많이 가고 기교가 필요한 요리는 못 만들지만 자두나 딸기, 복숭아 잼을 만들거나 빵과 달걀과 우유에 바닐라를 넣은 따끈한 과자. 얼음사탕을 뜨거울 때 녹인 차가운 홍차 등은 자주 즐긴다. (p73)

전쟁 뒤 아버지의 33주기가 있었다. 그날 나는 오빠와 나란히 친족식에 앉았는데, 문득 눈을 돌리자 오빠의 발 언저리에 '싹텃다'는 형용 그대로 연두색 남오미자 싹이 돋아 있었다. 나는 그때 네 행복했던 유년기에도, 이혼 당시의 어두운 나날 속에서도, 뒷문에서 유년기에도, 이혼 당시의 어두운 나날 속에서도, 뒷문에서 현관까지 이어지는 대나무 울타리를 묵묵히 뒤덮었던 남오미자의 싱싱한 푸르름,풍성한 덩어리를 환상처런 떠올렸다.(p111)

나는 엄청나게 애지중지 자란 아가씨라서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엌 쪽으로 가서 하녀에게 "얼굴 씻을 더운 물'하고 얼굴을 씻으시고 간식을 드시는 순서였다.아버지가 집안 일 같은 건 졸업 후 한달만 해보면 금방 배운다. 그보다 피아노다, 프랑스어다, 라고 말했기 때무에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집안일은 시키지 않았다. (
p131)


그것마이 장점인 나다. 얼굴은 미인이 되려다 말아서 미인의 이목구미를 일단 떼어낸 다음 커다란 숟가락 속에 비친듯한 형태의 얼굴 위에 흩뿌려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 얼굴은 조물주도 가끔은 이상한 짓을 한다는 증거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지간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 나라는 인간은 자신에게 너무도 약하다. 하긴 사람은 대개 자신에게 약해서 나보다 못한 용모의 사람이라도 나보다 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p156)


일본으 소설가 모리 마리의 <홍차와 장미의 나날>이다.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 작가이지만,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진 작가인 듯 보여진다.더군다나 모리 마리의 아버지 모리 오가이는 당대 나쓰메 소세키에 버금가는 일본 소설가였으며, 모리마리의 성장과정에는 어버지의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걸 책을 통해 짐작하게 된다.또한 모리 마리의 산문집을 펼쳐 보면 그녀의 인생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에 대한 가치는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짐작하게 된다.


모리마리는 1903년에 태어났으며, 16년간 혼고구 고마고메 센다기초 21번지에서 살아왔으며, 결혼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아오게 된다. 16년간의 삶은 모리 마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전형적인 부잣집 딸로 성장한 모리 마리는 집안일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채 결혼을 하였고, 그이후 남편과 이혼하게 된다. 집안일보다는 공부하는 것을 우선해 왔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서 모리 마리는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곳곳에 드러나 있지만, 그로 인해서 모리마리의 인생은 전체적으로 서툰 삶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후회라는 건 어떨 때 생기는 걸까, 되돌아갈 수 없을때, 회복할 수 없을 때 우리는 후회를 하게 된다. 후회라는 감정은 우리 스스로에게 기억으로 가득채워지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모리 마리의 인생에서 그녀가 말하는 솔직한 이야기 안에서도 삶에 대한 후회가 보여지고 있다. 요리를 좋아하지만, 살림을 하는 건 여전히 서툰 모리마리의 모습, 성장하면서 결혼 하기 전까지 아버지의 무릎 위에서 성장해 왔던 모리 마리의 모습을 보면, 어릴 때 봤던 부잣집 딸이 등장하는 드라마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요리를 좋아하면서, 스스로 먹방이라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또한 자신이 전쟁이 벌어지고, 피난길에 오르면서 아버지의 편지를 놓고 간 것에 대한 슬픔도 묻어냐 있었다.모리 마리의 아버지는 1922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들, 모리마리는 1987년에 세상을 떠났다. 온전히 거의 혼자서 살다시피 한 모리마리의 인생, 그녀의 마지막 삶은 혼자였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고 이틀 뒤 발견되었고, 그것은 또다른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남들보다 풍요롭게 살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남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마리모리의 행복 그자체가 될 수는 없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책 곳곳에 스며들고 있으며, 커피보다 홍차를 좋아하는 모리마리의 삶이 고스란히 우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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