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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말하는 홀가분한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정현채 지음 / 비아북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임종이 가까워지면 소변 배출량이 줄고 호홉이 변화하는 등 신체에 독특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 정도가 심해지면 깊은 잠에 빠진 것과 같은 혼수상태로 들어가거나 피부에 강한 자극을 줘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사는 임종에 대비하기는커녕 환자에 대해 MRI 같은 정밀검사를 하거나 간질을 억제하는 주사약을 투여하는 등 어떻게든 치료를 하려고 든다.(p49)
"대체로 사람들은 모르는 것, 알려지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는데, 만약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을 볼 수 있다면 새로운 것들과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이제까지 전혀 몰랐던 다른 차원을 이해하려면 알려고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를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이 우리를 가장 가슴뛰게 만든다는 사실이."(p104)
한국인의 문화적 전통은 현세에 집착하고, 죽음을 외면하거나 혐오한다. 삶을 잘 마치고 다음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죽음인데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p120)
"사람들의 가슴 밑바닥에 숨어있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많은 돈으로도, 어마어마한 권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항구적 공포다. 하지만 삶은 끝이 없고, 우리는 죽지 않으며 실제로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생과 생 사이를 건너는 것일 뿐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죽음에 대한 공포는 용해될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자신이 수없이 많은 생애를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느끼게 될 생에 대한 확신은 얼마나 클 것인가?(p176)
"죽음은 모두에게 힘든 과제입니다. 수도자라면 죽음 앞에서 담대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어요. 누구든 다 불안해하시더군요. 말로는 기쁘다고 하고 곧 주님을 만날 거라 행복하다고 했지만 그건 솔직한 심정이 아니었어요. 진심은 다른 것 같았죠. 모두 두려움과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 또한 죽을 때는 그럴 것 같네요."(p225)
"친구가 자살하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도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저에게 계속 남아 있으니까, 그것 떼문에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죠. 친구는 자기 짐을 덜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 짐 자체를 다른 사람들이 들고 가게 되는 거죠.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한 번만 더 생각을 한다면 극단적인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p307)
죽음이란 무엇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었디. 나이가 들면 당연히 죽음으로 이끌리는 거라 생각했던 어릴 때의 철없는 그때가 지나고 난 뒤 나의 가까운 친척들의 죽음 소식에 망연자실할 때가 있다. 죽음에 대해서 불편하면서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우리 앞에 분명히 찾아올 수 있다. 매번 뉴스를 통해서 수많은 죽음을 접하면서, 그 죽음에 대해서 초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살아있는 우리들 또한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죽는 그 순간에 스스로 느끼면서 살아가는것처럼 보여진자. 마지막 그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나는 그걸 느끼고 살아왔다. 내 주변의 친척들의 사망 소식에도 담담해 왔던 나였건만, 외숙모의 사망 소식에는 담담하지 못하였다. 자꾸만 생각나는 외숙모에 대한 그리움이나 목소리는 나에게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숨어 있다. 왜였을까, 왜 그런 걸까, 생각해 본다면, 외숙모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 집에 오셨다가 하루를 묵고 가셔서 그런 것 같다. 그 순간에 대한 기억들,치료할 수 없는 폐렴에 기침을 콜록, 콜록 그럼에도 나는 불편함보다는 미안함이 앞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이유는 그런 거였다. 우리는 반드시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죽음을 당한다' 가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죽음의 실체였다. 죽음을 불편하게 생각하면서, 우리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서, 어느 순간 죽음을 막땋뜨리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직선적인 죽음이 아닌 '준비되어 있는 죽음','죽음을 맞이한다'에 대해서 진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죽어야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들의 존재적인 가치, 살아생전 스스로 죽음에 대해서 준비할 수 있다면, 그 죽음이 내 앞에 놓여진다 할지라도 두려움 없이 담담하게 만나게 되지 않을까이다. 스스로 유언장을 쓰고, 죽음 이후에 남아있는 이들에 대한 배려들, 그러한 것들이 일목요연학세 이 책에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죽음을 코앞에 두고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의식 자체가 죽음 순간 사라지게 되면서, 삶의 시간에서 자유로워 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