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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ㅣ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0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온몸이 긴장해 손으로 권총을 힘있게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고 권총 자루의 매끈한 배가 만져졌다. 그리하여 짤막하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태양을 떨쳐버렸다. 나는 한낮의 균형과 내가 행복을 느끼고 있던 바닷가의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나는 그 움직이지 않는 몸뚤ㅇ이에 다시 네방을 쏘았다. 총탄은 깊이, 보이지도 않게 들어박혔다. 그것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p87)
"배심원 여러분, 어머니가 사망한 그 달음 날에 이 사람은 해수욕을 하고 난잡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희극영화를보러 가서 시시덕거렸습니다.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p135)
나로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자명한 답이었다. 삶이 그다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근본적으로 따지고 보면 서른에 죽으나 일흔에 죽으나 별 중요한 가치가 없다는 것을 나는 모르지 않았다.당연한 얘기지만 그중 어느 경우가 됐든 다른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은 여전히 살아갈 것이며, 이것은 숲천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일이다. (p162)
그는 부조리한 현실과 맞섰지만 그것을 해소하려 하지는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태도, 그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부조리한 세상을 향한 카뮈의 반항이자 신념이었던 것이다. (p192)
이 소설은 그렇다. 뫼르소의 엄마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어릴 적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죽음. 이제 뫼르소는 고아가 되었다. 성실했던 사람 뫼르소, 하지만 뫼르소는 성실하지 않았다. 아니 세상 사람은 뫼르소를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하였다. 그를 성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한 것은 아랍인을 죽였기 때문이다.
아랍인을 죽임으로서 뫼르소는 세상의 부조리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어떤 사건이 불렂들이는 수많은 모습들, 세상 사람들은 뫼르소에게 손가락질 하기 시작하였다. 장례식에서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슬퍼하지 않은 뫼르소의 모습은 그가 아랍인을 죽여야 하는 성격상의 모순점의 원인이라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을 사람들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뫼르고는 잡혔고 , 세상은 그에게 신체적 구속을 하기 시작하였으며, 그의 자유를 하루 아침에 빼앗아 버렸다. 모든 것이 자유로웠던 일상이 하루 아침에 자유롭지 못한 일상으로 바뀌게 되었고, 뫼르소는 자신 앞에 놓여진 부조리한 상황과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뫼르소는 재판에서 청구한 죄목, 사형에 대해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죽음에 대한 가치나 값어치를 크게 매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소설 속 주인공 뫼르소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수많은 범죄들 중에서 살인사고와 같은 잔인한 범죄에 대해서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들은 소설 속에서 뫼르소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사건 사고들 중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누군가 죽음을 맞이한 경우와 살인사건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경우, 스스로 자살을 하여 죽음을 맞이한 경우, 다양한 죽음에 대해서 언론은 세상은 거기에 값어치를 매기고 있다.일상적인 교통사고에 대해서 우리가 매기는 죗값은 살인사건에 대해서 매기는 죗값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우발적인 사건과 우발적이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카뮈가 말하는 그 부조리한 세상의 모습을 우리는 지금 현재 언론에 의해서, 세상의 프리즘을 들여다 보고 있으며, 거기에 대해서 분노하고 때로는 모순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하지만 카뮈는 그러한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 긍정하는 법을 찾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