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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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나를 어디로든 데리고 간다고, 아주 오랫동안 경험해왔다. 고등학교 때 '빨간 책'이라고 불리던 할리퀸 로맨스나, 초등학교 고학년 때 푹 빠져 읽던 시드니 셀던의 온갖 소설들이 생각난다. 수업 시간에 책을 돌려 읽었는데,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라는 문장을 보면서 "왜지? 넌 왜인지 알아? "하고 같은 책을 읽은 친구와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p122)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는 당부가 있다. 악플을 쓰지 말라고. 당신이 쓴 글을 세상 누구도 안 읽을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읽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기 전에 당신 자신을 향한다. 물론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벼르는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다. 남이 어떤 말에 아파할지 궁리하며 에너지를 쓰지 말자.(p131)


나이를 먹으면서 알게 되는 진실 중 하나. 나라는 인간의 특징이자 개성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젊음이었다. 여행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그렇다.비행기 타는 것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경유항공편 타기가 취미였다. 침대 여덟개 있는 도미토리 룸에서 자고, 아침엔 바나나 하나 저녘엔 기네스 파인트 한 잔으로 사흘씩 돌아다녔다. 숙박비가 아까우면 도시간 이동은 심야버스나 심야기차를 이용했고, 그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나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냥 젊어서 그런 것이었다. 아침보다는 밤에 원고를 더 잘 쓴다든가, 술마시며 밤새도록 어울리길 좋아한다든가 하는 것 전부. (p149)


와일드에서 내가 읽은 것은 용기다. 상처를 글로 옮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PCT를 완주한 때는 1995년이었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젠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p157)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차갑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나의 생각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글쓰는 것으로 밥벌이를 하는 편집기자 이다혜씨의 다양한 글쓰기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으며,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여 부연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궁금했던 글쓰기에 대해서, 원칙과 규칙에 대해서 엿볼 수 있었으며, 나의 현재의 모습을 조금씩 관찰하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생각을 읽었고, 나 자신을 읽었으며, 누군가에게 말한 적 없었던 나의 내면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쓰는 것과 책을 쓰는 것은 다르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동안 잡다하게 메모해왔던 글쓰기에서 벗어나 블로그나 SnS를 활용해 글을 써내려 가는 우리들의 일상의 모습은 PC 통신에서 벗어나면서 단순한 글쓰기에서, 심도읽는 글쓰기로 바뀌고 있다. 자신을 내세우고 드러내는 것이 자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고, 밥그릇이 될 수 있다는 걸 저자의 생각을 통해서 재확인한다. 또한 글쓰기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단순한 글쓰기 습관들을 확인할 수 있으며, 글쓰기에서 퇴고의 중요성이 무엇이며, 중언부언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글쓰기의 질을 향상하키기 위해서였다. 단순히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남기는 리뷰 형식의 글쓰기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지만, 책쓰기를 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고, 용기가 필요하다는 그 명제를 저자의 글 속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으며, 퇴고를 할 때, 내가 쓴 글을 남이 쓴 글처럼 보아야지만 제대로 퇴고를 할 수 있으며, 맥락에 맞는 글이 완성될 수 있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도 소개되고 있다. 글쓰기에 대해서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들, 불법적인 것들,해서는 안되는 것들에 대한 글쓰기는 지양해야 한다. 나 자신의 글쓰기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 쓰지 않아도 되는 부사나 형용사를 빼는 습관,문장 표현도 필요하다. 또한 책을 읽으면, 내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소재를 만들어내고, 그 소재들을 모아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과정에 반복되면 스스로 책을 써야 하는 그 시점이 찾아오기 마련이며, 그 때가 되면 스스로 책을 쓸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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