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 다가오는 어둠 2 - 깊은 밤 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 다가오는 어둠 2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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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퍼는 저기에서 공격을 받았어. 저기에 피가 떨어져 있으니까, 그리고 공터로 끌려 나왔어. 위스퍼는 일어나서 도망치려고 하다가 발톱이 부러졌을 거야. 하지만 이미 부상을 당했고, 멀리까지 가질 못했어. 만약 내가 위스퍼를 공격했다면, 뛰어가지 않고서도 도망가는 위스퍼를 잡을 수 있었을 거야." (p116)


'우린 이렇게 놀지 못했지. 어미 개의 굴에서 안전하게 지내지도 못했고, 우리를 소중히 여기는 무리도 곁에 없었어. 위글은 너무 어릴 때 죽었어. 자기 이름도 스스로 정하지 못했잖아. 어떤 무리에도 속해 보지 못한 채 죽었어. 잘 놀아. 위글. 넌 잠시나마 형제들과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어. (p211)


에린 헌터의 <살아남은 자들> 은 개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시리즈로 나오는 이 책을 펼쳐 본다면,소설 속에서 이질감보다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개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간 세계를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들의 세계 안에 보이지 않는 조직들은 서열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남다른 규칙이 숨어있다. 그 규칙을 어길 때는 그에 따라 처벌이나 응징이 뒤따른다. 그것이 개의 세계이며, 인간의 세계이다. 서로 다른 삶을 추구하며, 그 안에서 남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개들의 세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감정은 삶과 죽음이다.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쩍 마른 회색 수컷 위스퍼에게 몸 곳곳에 상처가 있다. 그 상처의 깊이는 죽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깊이 파여져 있었고, 몸 안에 체워져 있었던 피가 바깥으로 다 쏟아져 나오게 된다. 죽음을 맞이했지만, 누가 죽였는지 알지 못하였던 스톰 일행은 위스퍼의 죽음 배후에 숨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위스퍼의 죽음은 죽음을 넘어서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당했다는 것이며, 위스퍼가 죽기 직전에 감춰진 또다른 개들의 행적들을 살펴보게 된다.


위스퍼가 죽었고, 그 죽음 뒤에 남아있는 흔적이 사라졌다. 누군가 남겨 놓은 냄새의 흔적들이 교묘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살아남은 개들은 의심하고 있다. 자신들의 무리, 즉 개의 무리가 아닌 여우의 무리들의 소행이라 생각하게 된다. 나름대로 여우의 소행이라 생각한 것에는 근거가 남아 있었다. 여우의 새끼들이 죽은 것에 대해서 개들의 소행이라 생각하였고, 그에 따라 응징한 것이라고 개들은 추측하게 된다. 물론 여우들이 남겨 놓은 낯선 냄새는 교묘하게 숨겼을 거라 생각하였다. 이 소설은 바로 내 앞에 무슨 이상한 사건이 생기면, 그것에 따라 가장 의심이 갈만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인간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개들의 무리가 여우 무리들을 유력한 살해 용의자라고 생각한 것은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근거는 있어 보인다. 그것은 인간들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죽었다면, 그 죽음과 관련하여 그 주변 인물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설정하게 되고, 배후에 원한을 가진 이들이 있지 않을까 찾아 다니게 된다. 이 소설은 바로 그런 인간 사회를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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