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키 서른 쎄븐
정새난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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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은 남자와 여자가 같이 했어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다르다. 이혼녀는 곧 헌 여자다. 그런 낙오자 여자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영향을 받고 너는 페미니즘 광신도가 되었다. 너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우리 가정을 파괴했다. 너는 아내로서의 본분도 다하지 못한 이기적인 여자다. 정신 차리길 바란다."(p37)


용서를 모르는 존재, 그 고집스러움. 추하고 극단적인 감정에 온몸을 내던져 사악한 괴물이 된 이야기 속 영혼들. 비뜰어진 나는 그들의 마음과 행동에서 비장한 아름다움을 느낀다. 사회로부터 철저히 소외되거나 상처 입은 괴물들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소리 지를 때 나는 그들과 동질감을 느낀다. 상처투성이인 과거를 회상하며 찬란한 영웅에 의해 덧없이 죽어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고통받던 괴물이 과거와 화해하거나 이해받지 못한 채 사라져갈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린다. (p145)


딸이 일부러 약 올리는 듯해서 부아가 치밀고 가슴이 갑갑했다. 파란색을 보고 빨간색이라고 하질 않나. 네살이면서 세 살이라고 우기질 않나. 오른 손! 하면 왼손 내미는, 엉터리 영어 구사자가 평소에 하는 늦된 행동들이 모두 떠올랐다. 또래보다 뒤처지면 어쩌나, 위기감이 느껴졌다. (p155)


서른 일곱. 작가 정새난슬의 나이다. 딸을 돈 이혼녀이며, 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다. 결혼이 주는 다양한 인생의 스펙트럼 속에서 차별과 편견은 항상 정새난슬의 기럭속에 층층히 쌓여 있었다.30대 중반 엄마라면, 5살 정도의 딸을 가지고 있다면, 이혼녀라면 공감 가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만나게 되는 힘든 점들. 매 순간 아이는 엄마를 시험하고 있었다. 말을 잘 듣지 않고, 청개구리 마냥 행동하는 딸의 모습에 대해서 딸이 엄마의 마음을 알면서도 다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아니다. 딸이 그랬던 것처럼 작가 정새난슬도 그런 삶을 거쳐왔고,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아이와 함께 하지만, 항상 현실의 장볍에 부딪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인생의 스펙트럼이 느껴졌다.


삶이란 그런 거다. 저자의 책을 읽는다면 여느 엄마들이 겪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다. 어릴 땐 엄마가 최고다, 엄마와 결혼할꺼라고 말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커갈수록 엄마의 간섭이 싫어진다. 반면 엄마들은 그렇지 않다. 내 아이가 더 크지 말고, 지금 현대 그대로만 있어주기를 바란다. 때로는 힘들지만, 함께 하고 함께 공유하고, 함께 경험해 나가는 것들, 엄마들이라면 느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책 속에 있었다. 책에서 공부했던 것들이 현실과 만나게 되면 겪게 되는 다양한 모순적인 이야기들이 책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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