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양이처럼 - 일상을 낭만적이고 위트 있게 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 아방 에세이
아방(신혜원)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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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은 자유를 향해 달려갈 자격이 있어.(p99)

'연애는 내 삶의 모든 이유를 아우르는 가장 완벽한 이유다. 너를 통해 나를 정립하고 나를 통해 너를 판단한다. 내가 가장 열렬히 쏟아부을 수 있는 에너지는 사랑이며 이후에 찾아오는 상실 따위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오래전 적어둔 건방진 일기.날짜를 보니 연애를 막 시작했을 때구나. (p167)


그동안 무슨 허튼짓을 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갔어.
그냥 나이를 먹어버렸어.
숫자만 올라갔다고.

삼십대라는 이유로.
친구들 절반이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비혼주의자가 아니라면 언젠가 결혼할 거라는 이유로 누군가와 친해지기도 전에 조심스럽기를 요구하잖아. 
연애. 그까짓 거, 에라 모르겠다.하고 시작하고 싶은데.
우린 사실 그럴 수 있잖아.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귀엽고 화끈하게 사랑할 에너지가 남아 있잖아.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에도 맞춰 살아야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하고 시작하지 못하는 거지, 점점.(p193)


이 책은 에세이였다. 내가 에세이를 읽는 건 어쩌면 누군가의 생각과 경험을 얻고 그 안에서 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싶은 건 아닌지, 에세이릉 읽으면서 위로를 받고, 응원하게 되고, 용기를 얻기 위해서였다. 때로는 내가 놓치고 있었던 생각들을 에세이를 통해서 다시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의 나래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간다. 하지만 에세이의 유효기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들보다 짧았다. 이 책도 그렇다. 읽는 순간에는 나와 동질감을 느끼면서 읽어가지만, 어느새 나는 그 동질감에 지쳐가게 되고, 체념하는 버릇을 가지게 된다.읽는 순간 위로를 얻고, 용기를 얻고, 나는 괜찮다는 걸 느끼지만, 그것은 한 순간이다. 인정한다는 것, 인정되어진다는 것,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나 스스로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사람이 되어 간다는 말과 같다는 걸 한순간 느끼게 되고, 나는 어느새 어른이 어색한 나이에서, 어른이 되고 있다는 걸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되고 있다. 내 주변의 아이들과 점점 더 거리를 두어야 하고, 아이들과 거리를 둠으로서 나 스스로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하나의 처세술이 아닌가 싶어졌다. 때로는 나의 좋은 기억들을 온전히 보관하고 싶어지고, 때로는 과거의 어느 한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싶어지는 것,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나이가 먹어가는 걸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다. 30대가 되어버린 저자 신혜원씨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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