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히키코모리, 얼떨결에 10년 - 만렙 집돌이의 방구석 탈출기
김재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로 사람을 벨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웠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나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매 순간 부글부글 화가 났다. 그러면 뭐 하겠는가. 나는 화를 분출할 방법도, 화를 낼 대상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나보다 나아 보였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희망' 보다는 '불운'이라는 단어가 더 친숙한 시기였다.하는 일보다 꼬이고 생각하는 것마다 실패였다. 어둠의 끝이었다.해가 중천까지 떠야 눈을 뜨고, 때가 되면 배고팠고, 시간 나면 pc게임만 했다. 그안에서 하루하루 찌그러져가는 내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짜로 화풀이할 기회가 왔다. 그날도 총알을 난사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게임이 멈췄다. 인터넷이 끊긴 것이다. 내가 아는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봐도 여전히 되지 않았다. 내 분노의 총알은 혀끝을 타고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p45)


이 책은 독특하다.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소재도 은둔형 외톨이라 부르는 '히키코모리'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 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정서 안에서는 쉽지 않다. 정작 그러한 삶을 살았다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바로 자신의 그러한 삶을 꺼내고 있었다. 자신의 음지에서의 삶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즉 이 책은 저자의 자기 고백서이며, 성찰인 셈이다. 자신이 히키코모리에서 탈출 했듯이 다른 이들도 히키코모리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위로와 희망, 응원의 메시지가 책에 담겨져 있다.


위로라는 것은 동질감 같은 거다. 위로는 남의 불행을 먹고 산다. 반면에 질투는 남의 행복을 먹고 사는 존재이다. 남이 불행하면 불행할수록 그걸 바라보는 사람은 위로를 얻는다. 그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나쁜 모습이며,동물적인 본성이다. 골초에다 게임 중독에 빠진 저자의 삶ㅇ르 보면, 방에 박혀 있는 1990년대 할아버지의 모습과 흡사하다. 프란츠 카프카의 그레고리 잠자와 같은 존재감이 바로 이 책을 쓴 김재주씨의 실제 모습이었던 거다.


그는 방에 처 박혔다. 10년동이나 편안하였고, 안정적이었다. 방에 있는 것이 밖에 있는 것보다 더 나았다. 그것이 방에 있었던 이유였다. 낮에 빈둥빈둥 집에 있으면서, 자신이 집에 있지 않는 것처럼 행동해야 했고, 자신이 방에 있다는 걸 들키는 순간 누군가의 화살이 상처로 꽂히게 된다. 그렇게 저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으면서, 스스로 낭비하고 살아왔다는 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제 히키코모리에서 탈출했다. 7살 조카딸로 인해 자신의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고, 응시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은 말하지 않지만 조카딸이 건넨 말은 자신의 실체에 가까운 것이었다. 아프지만 , 아프지 않는 말..조카의 말이 자신이 감추고 있었고, 외면하고 있었던 두려움을 꺼내게 되었고, 그 두려움이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