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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1 - 치명적인 남자
안나 토드 지음, 강효준 옮김 / 콤마 / 2018년 8월
평점 :
덥다, 너무 덥다. 무언가 나를 감싸고 있었다. 치우려고 애썼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을 떴다. 어젯밤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하딘이 마당에서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의 숨결에서 나던 스카치 냄새, 부엌의 깨진 유리들, 하딘의 키스, 내 손끝을 따라 터져나오던 그의 신음, 젖은 팬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너무 무거웠다. 그가 머리를 내 가슴팍에 기대고 , 팔로 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온몸으로 나를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자고 있었단 말인가. 깜짝 놀랐다. 분명 잠결에 그가 나를 부둥켜안았을 거다.인정한다. 이 침대를, 하딘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는 걸. 하지만 이젠 가야 한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야 한다. 노아가 거기 있다. 노아.. 아, 노아. (P211)
나는 잘 안다. 하딘과 보낸 하룻밤이 그에 대한 감정을 더 키웠다는 사실을, 나를 간지럽히면서 깔깔거리던 그릐 웃음소리, 부드럽게 키스하던 그의 입술, 나를 감싸 안던 타투 가득한 그의 팔, 맨살을 더듬어주자 흔들리던 그의 눈빛, 아 모든 것들이 그에게 더 깊이 빠져버리게 만들었다. 둘만의 은밀한 순간들이 그를 더 좋아하게, 더 깊이 상처 받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 때문에 노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그저 그가 용서해 주길 바라는 내 모든 잘못들.(P227)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사람을 흔들어 놓는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향기 , 그것은 사랑을 소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든지 기다리게 하고, 때로는 사랑 속에 파묻히게 된다. 사 랑에 대해서만큼은 자신의 원칙을 지켜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사랑 속에 은밀하게 숨어있는 그 무언가가 다른 사랑과 만나게 되면서, 사랑은 확장되고, 싹드게 된다.
테사는 사랑하였다. 아니 테사가 아니라 테레사였다. 테레사라는 이룸을 가지고 있었지만 , 자신의 이름을 거부하고 테사를 선택한 철벽녀에게는 노아라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여느 남자들에 비교해 보더라도 결격사유가 없는 노아의 모습은 그럼으로서 ,그것이 도리어 테사가 노아의 사랑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되는 또다른 이유였다.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영원히 지속하기엔 우리에게 주어진 사랑의 실체는 한사람만 바라보기엔 너무나 많은 선택권이 있었다. 테사는 노아가 아닌 하딘을 선택하였고, 하딘의 몸 속에서 풍기는 향기에 도취되고 말았다. 망나니에다가 여자들에게 상처주기 딱 좋은 나쁜 남자 하딘, 그러나 하딘은 테사 앞에서는 다른 행동을 보여주게 된다. 하딘은 그도안 여자들과 사귈 때 연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테사와의 사랑은 자신이 설정해 놓은 선을 넘어서게 된다. 테사는 그런 하딘을 멀리하는게 정상이건만, 주변사람들이 하딘을 조심하라고 하건만, 테사는 그 말을 듣지 않았고, 명심하지 않았다. 하딘의 온몸 곳곳에 채워져 있는 타투의 흔적과 피어싱은 테사가 하딘을 사랑한 명분을 제공하였고, 그럼으로서 두 사람은 점차 사랑할 수 있게 된다,하딘의 온몸에 남아있는 타투는 테사의 사랑으로 채워져 가게 된다. 그렇지만 테사의 사랑의 밑바닥에는 남자친구 노아에 대한 죄책감도 남아있었다.
사랑은 왜 사랑으로 지속되지 않는 걸까, 사랑 속에는 사랑 뿐 아니라 상처도 숨어 잇었다. 하딘이 가지고 있는 상처는 하딘의 행동의 근원이었고, 하딘의 행동은 테사의 또다른 성처가 되었다. 두 사람이 사랑을 지속시켜 나갔을 땐 그 상처가 사랑의 훼방꾼이 되지 못하였다. 사랑의 파이가 상처의 파이보다 더 컸던 테사는 하딘을 통해 사랑을 채워 나갔고, 하딘도 테사를 통해 자신의 사랑의 실체를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그 상처의 깊이는 두 사람의 또다른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