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대리인, 메슈바
권무언 지음 / 나무옆의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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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 둬라. 인간이 말하는 정의란 갖가지 이해관계나 다양한 맥락에서 변질되고 왜곡될 수 있다. 쉽게 제 입맛에 맞게 구부러트린다. 하나님의 시각에서 한번 살펴보자. 지구는 우주에 떠다니는 빛나는 푸른 먼지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한국이라는 땅은 지구에서도 극히 일부분, 서울의 변두리 땅에 아무리 큰 성전을 짓는다 한들 먼지의 먼지도 안 된다. 고양이 낯짝만 한 땅에 교회를 짓겠다고 눈을 벌겋게 뜨고 발버둥 치는 격이다. 우물 안 개구리는 하늘과 바다를 모르는 법이다. 1970년대 얼웠던 시절에는 너무 헐벗고 배고파 하나님의 자녀로서 먹칠을 할 것 같으니, 먹을 것을 달라 해서 먹을 것을 주었다. 예배당을 짓겠다고 해서 충분한 재물을 공급했다. 1990년대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데도 또 크게 짓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2000년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데 또다시 교회 건물을 두 배로 짓겠다고 칭얼댄다. 하나님은 큰 교회가 필요 없는데, 도대체 누굴 위해 그렇게 높게 지으려고 하는가? 결국 메가처치는 '화이트 엘리펀트(하얀 코끼리)'처럼 몸집만 키우고 있다."(p283)


대한민국 사회를 이해하자면 정치와 종교, 자본의 유착관계를 이해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회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한 교회의 장로가 되었고, 나라를 흔드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총리 또한 종교와 관련하여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메가 처치(Maga  Church) 는 전세계의 절반에 해단할 정도로 비대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교회와 하나님의 말씀 수백개의 교단이 현존하는 가운데, 종교가 그 본질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인지 소설가 권무언님의 <신의 대리인, 메슈바>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다.


소설을 이해하기 전에 메슈바라는 이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네이버 사전에는 메슈바에 대해서 <히브리어 ‘메슈바’는 ‘등을 돌리다’는 의미다. 주로 예레미야와 호세아서에 나오는 표현인데,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배신하고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와 관련하여 사용된다(렘 3:6, 8; 호 11:7; 14:4).>라고 기술되어 있다. 성경에 등장하는 배신자의 표본 갸롯 유다와 같은 존재를 메슈바라 부르는데, 소설 속 주인공이자 대성교회의 담임 목사 명수창이 소설 속에서 메슈바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본인은 자신이 '메슈바'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교회의 비자금 문제로 인해 자살한 김일국 장로가 남겨 놓은 유서에 쓰여져 있었던 의미심장한 단어였다. 즉 자신의 자살의 배후에는 명수창 담임목사가 있었고,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이 소설은 우리 사회에 메가 처치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며, 수백, 수천의 기독교인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서 짚어볼 수 있다. 하나님을 믿는 종교 기독교과 기독교인에 대해서 말하자면, 사회적 폐악과 연결되고 있었다. 자본의 논리와 하나님의 말씀이 결합되어서 ,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 하나님의 사명과 결부짓고 있다. 소설 속에서 대성교회 명수창 목사또한 그런 경우이다. 하나님의 위대한 소리라는 의미를 가진 '대성'이라는 고귀한 메시지와 달리 명수창 목사는 가난함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과 저열함을 종교 뒤에 감추고 있었다. 섬김과 베품, 사역 뒤에 숨어 있는 명수창 목사가 보여주는 자화상은 하나의 종교와 자칭 금수저라 불리는 장로 사이의 유착관계가 보여지고 있다. 어떤 비리가 나타나자 모든 걸 김일국 장로에게 뒤집아 씌우는 명수창 목사는 그로 인해 언론의 십자포탄을 맞게 되는데, 메가 처치를 운영하는 명수창 목사는 그럼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자신이 보여주는 명예가 김일국 장로의 죽음을 덮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수창 목사는 자신의 자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또다른 교회를 운영하는 아들 명정환 목사, 자신의 악의 행위에 대해 반기를 드는 딸 명은미, 그리고 아내 조성은 사모, 이 세람 뒤에서 명수창 목사가 교회를 크게 키우려는 목적은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의 힘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서였다. 이런 교회의 세습적인 모습은 바로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 메가 처치가 늘어나고 있는 또다른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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