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살해사건
백금남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말하지 않았다만 네 아베가 왜 네 손가락 마디를 잘라내었것냐. 내 아베가 내 젖가슴을 잘라낸 것과 같은 이치다. 가야국에 우륵이라는 음쟁이가 살았다고 하더라. 나라가 망해 부렀어. 그래 신라 놈들에게 잡혀갔는데 이 미련한 작자가 제 나라 구해보겠다고 제 새끼 손꾸락에 피를 내어 오동나무에 발랐다고 하지 않냐. 그리고는 이 세상을 조화롭게 할 금탄시살지법을 남겼다고 하더라."(p246)


"나가거라. 오늘 안으로 궁을 나가지 않는다면 네 너를 가만 놔두지 않으리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궁 밖에 네 목을 걸어버릴 것이다. 누구든 내 마음을 어지럽힌 자는 그렇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리라." 그 길로 고토코는 거처에서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었다. 언제 황후에 의해 목숨을 잃을지 모르기 때문이다.(p273)


소설 <바람의 화원>을 연상하게 만드는 역사 미스터리 소설이다. 역사와 픽션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소설 <천황살해 사건>은 안중근 의사에 의해 피살되었던 이토 히로부미로 부터 시작된다. 안중근 의사가 남겨 놓은 <이토를 처단할 수 밖에 없는 이유 15개조>에서 14번째 메이지 천황의 아버지 고메이 천황을 죽인 죄>가 있으며, 소설은 바로 그 14번째 조항에서 비롯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이다.


백제엔 가얏고가 있고, 일본엔 가얏고와 비슷한 악기 고토가 있다. 고토를 켜기 위해서 어릴 적부터 고토를 만졌던 고토코는 자신의 몸이 고토를 연줗하기에 최적화 된 몸이었다. 고토를 연주하기 위해서 아버지로 부터 손가락 마디 마디가 잘렸으며, 가슴이 커진다는 이로로 가슴을 도려내고 말았다. 몸에 악기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악기에 몸을 맞춰 나가는 고통이 있었고, 고토코의 이름 또한 고토와 연관되어 있다. 소설은 고토코의 암울한 삶 속에 감춰진 증오심이 있으며, 금탄시살지법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터득하게 된 음양의 조화였으며, 살기이자 비기였다. 소설은 천황의 은밀한 죽음과 금관의 금서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 펼쳐지고 있다.


소설은 하나의 시대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 고토코가 태어나기 전의 모습 속에는 백제인들이 일본에 건너온 유래가 있었고, 가얏고의 변천사를 추정하게 된다. 소설은 백제와 조선시대, 현재를 아우르고 있으며, 작가의 상상력의 날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었다. 죽음이 먼저이냐, 음악이 먼저일까,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고토코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 이와무라 타카시의 죽음 속에 감춰진 비밀들, 그 비밀을 풀고 천황이 바꿔치기 되었던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금관의 금서가 필요했다. 그 금서에는 천황교체설의 진실이 감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은 역사와 픽션을 오가기 때문에 역사적인 정사를 알고 있는 이들은 조금 혼란스러울 수 있다. 백제와 조선, 현대를 아우르는 천년의 역사 속에 감춰진 악기 가얏고와 일본의 악기 고토의 비밀, 그 비밀을 지키고, 음악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이 엿보였으며, 작가는 바로 그런 점을 소설 속에서 피력하고 풀어나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