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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궁전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장석훈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평점 :
검은 고양이가 입에 달을 물고 달려가는데 상처 입은 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사람 한 무리가 그 뒤를 쫒고 있다. (p70)
"타비르 사라일의 해몽이 만만치 않은 일이긴 하네. 일반인들의 진부한 해몽과는 전혀 다른 것이지. 그렇긴 해도 세속의 모든 해몽서 가운데 서로 일치하는 것은 없다네. 하지만 타바르의 해석부는 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다른 차원으로 해석한다네. 전혀 다른 논리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상징과 그 상징들의 조합에 주목하지."(p109)
"모나스티르에서 알바니아지도자들에 대한 대학살의 빌미를 준 것이 바로 핵심몽이란다. 너도 그 사건에 대해선 들어봤갰지? 나폴레옹에 대한 정책을 수정하게 된 것도.대(大) 와지르 유수프를 몰락시킨 것도 핵심몽이지.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아. 네가 몸담고 있는 기관의 책임자는 겉으로는 겸손하고 자리 다툼을 초탈한 듯 보이지만. 실은 가장 강력한 와지르들인 우리와 함겨루기를 하고 있단다. (p179)
꿈의 궁전 타비르 사라일에서 일하는 마르크 알렘이 살아가는 나라는 전제 군주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숱탄이 지배하는 나라이다.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꾸는 꿈과 무의식적인 세계를 국가가 통제하고 제어할려고 한다. 그 중심에는 꿈을 수집하고, 해석하고, 그 안에서 의미있는 꿈을 재 분석해 나가는 타비르 사라일이 있다.
마르크 알렘은 꿈의 궁전에서 일하면서, 이 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소임을 다하고 잇다. 꿈을 수집하고, 해석하고, 평경사 하는 것, 국가는 개인의 꿈을 반드시 국가에게 기록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방침이 있다. 국가는 수집한 꿈 중에서 선별부를 통해서 내용있는 꿈과 내용없는 꿈을 구별한다. 내용있는 꿈은 다시 해석부를 거쳐서 꿈을 해석하고, 그 안에서 핵심몽을 골라내는 작업을 거치고 있다. 여기서 핵심몽을 골라내는 기준은 바로 국가의 체제를 망가뜨리거나 반란 조짐이 보이는 경우이다. 소설 속에서 바로 이런 과정들이 펼쳐지고 있으며, 주인공 마르크 알렘을 중심으로 소설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