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뭘 사랑까지 하고 그래 - 인생, 힘 빼고 가볍게
김서령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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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 때 가끔 구글에서 아들 이름을 검색해 보곤 했다.
아들 이름은 장지을.

뭔가 짓는 사람이 되라고 지은 이름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든, 안 보이는 것이든. 장지을이라고 검색하면 재미있는 글들이 뜬다.

"돔구장 지을 돈이 없냐?"
"장지을 마련하지 못해서...."('장지를' 의 오타인 듯)
"화장장 지을 돈으로..."

그러다가 어느 날, '지을' 이라는 대여섯 살 된 아이가 등장하는 소설을 발견했다. 작가는 김서령. 순간 눈물이 핑 돈다. 지을이가 대여섯 살 때, 수업하면서 아들 이야기를 가끔 했던 것 같다. 오래 전 늦 가을, 밤 늦은 시각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서령이 집 앞의 어느 초등학교 교정, 한쪽 구석 벤치에 둘이 앉아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낙엽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냐?"

내가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때 바람이 제법 세게 불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여기까지 왔다.(p204)


소설가 김서령님의 산문집이다. 따스함과 정겨움, 응답하라 1988에서나 볼 법한 추억들이 담겨져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7080 시대를 살았던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정사가 책 곳곳에 남아잇었다. 자칭 역마살의 주인공이 되었던 작가 김서령씨는 10살 때부터 꿈이 소설가였고, 노처녀 소설가로서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가 태어났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72세 아버지, 71세 어머니는 그렇게 복에 없는 두 아이의 육아를 담당하게 되었고, 철딱서니 없는 소설가의 뒤치닥거리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철딱서니 없는 딸의 푸념 이야기가 아니었다. 내 또래의 친구들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어서, 잊혀지는 것들이 많은 요즘 시대에 내 기억들을 다시 꺼낼 수 있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책 속에 스며들고 있었고, 시냇물이 졸졸졸 흘러가는 것처럼 , 내 기억도,소설가 김서령씨의 기억도 텍스트 공간에서 졸졸졸 흘러가고 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는 딸과 엄마 사이에 느낄 수 잇는 공감대가 있다. 그중에서 위에 적어 놓은 문장이 눈에 들어왔던 건 내 어릴 적 기억이 있어서이다.내 기억 속의 선생님에 대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의 딸도 알고 있고,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다. 그 애틋함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건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그런 건 아닐런지, 내 제자가 소설가가 되고, 오랜 세월동안 나를 기억해 준다면 그 기분은 어떨까 생각하였다.소름 끼치면서 때로는 고마움도 느껴지지 않았을런지....누군가의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거나 주인공이 되어서 다시 재현된다면, 그 안에서 살아갈 이유가 되고, 살아가야 하는 맛이 되는 거다. 책 속 곳곳에 내 기억 속에 남을 만한 이야기가 존재하건만 이 부분에 멈춰 잇었던 건 내가 만약 책을 쓴다면, 내 중학교 2학년 때 내 기억 속의 선생님과 딸에 대항 이야기를 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즉 소설가 김서령 씨의 글 하나가 나에게 또다른 글쓰기의 모티브가 되고 말았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마주했던 기억들과 추억들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 나는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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