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가로질러 - 밤, 잠, 꿈, 욕망, 어둠에 대하여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밤 생활'이라는 단어도 이미 17세기 후반기에 등장했다. 이런 변화들이 바로크 시대에 일어난 것은 아마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 시대의 문화적 특징은 건축과 회화 같은 개별 예술 장르들 사이의 경계뿐 아니라 인물과 배경 사이의 경계도 흐려지는 것이었다.(이 특징은 과거 르네상스 미술의 선명한 경계와 뚜렷이 대비된다.) 같은 시대에 밤과 낮 사이의 경계도 과거와 달리 흐려지고 활동적인 생활이 어둠 속으로 연장되어 인간의 대략 24시간 주기 바이오리듬이 가능해졌다. (p118)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은 인간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자연도 지배하려는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모습은 근원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나약함과, 때로는 오만함 이 두가지 양면적인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간은 자신에 대해 착각하고, 때로는 불편함이나 부당함을 감추지 못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 시간은 지구의 수명에 비추어 길지 않다. 인간 이전에 지구는 공룡이 지배하였고, 공룡의 시대에서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숨죽이면서 살아가야 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빛을 지배하게 되고, 지배 당하는 자는 어둠 속에서 움크리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자연의 실제 모습이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밤과 낮, 빛과 어둠에 관한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 있으며, 이 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책에는 밤과 어둠에 대해서 천문, 과학, 철학적인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특히 어둠에 대한 관점은 우주론적 관점으로 보자면, 코페르니쿠스 때에 이르러서야 새로 정립되었다. 어둠은 지구의 그림자이며, 지구의 반대편은 빛이 되고, 태양이 그곳을 비추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인간이 그 실체를 발견하게 된 것은 1950년대 이후였으며, 달로 쏘아올려진 소련 우주 발사체로 인해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신에 대한 엄중한 도전이었고,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 인간은 신에 대한 존엄성을 점차 부인하게 된다.


이 책은 천문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으며, 여전히 어둠의 실체에 대해 풀어야 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특히 우주의 빈 곤간을 차지 하고 있는 것들. 밤하늘은 여전히 컴컴한데도 불구하고, 그 컴컴함이 우리가 생각하는 어둠과는 다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 부분은 과학적으로 풀어가야 할 부분이며, 수많은 과학자들은 과학적인 도구를 활용해 우주의 감춰진 비밀들을 풀어 나가고 있다.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암흑에너지의 실체에 대해서, 아인슈타인이 주장한 중력파의 실체가 이제서야 검출되었으며, 우주 저 어딘가에는 인간이 현재 과학기술로는 관찰할 수 없는 곳에 암흑 에너지가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책에서 눈에 들어왔던 부분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둠의 실체이다. 인간은 어둠에 대해 약하다. 여기서 약하다는 의미는 인간은 어둠 속에 내몰리게 되면,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히게 된다. 어둠 속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그것은 인간이 가지는 생물학적인 한계요소이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그렇지 않다.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고 사냥을 해 나간다. 그건 하늘의 제왕 박쥐도 마찬가지다. 동굴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는 어둠 속에서 초음파를 활용해 먹이 사냥을 하고, 자신의 생존 방식을 습득해 나가고 있다. 포유류로서 인간이 보여주는 모습은 포유류 전체로 보자면 무언가 어색하고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웅크리지 않고, 빛을 활용해 세상의 지배자로 우뚝 서 있는 인간에 대해서 포유류가 인간처럼 언어를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잇다면, 그것에 대해 크게 문제 삼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 책은 흥미롭다. 낮과 밤, 빛과 어둠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쉽게 풀어 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기본적인 진리를 다시 꺼내고 있었다. 그것은 한 분야만 파고 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들을 모두 끌어내고 있다. 과학 뿐 아니라 종교적인 관점, 예술적인 관점, 철학적인 관점까지 아우르고 잇어서 저자의 독특한 식견을 얻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