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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하지 않는 연습, 오해받지 않을 권리 - 타인이라는 감옥에서 나를 지키는 힘
김보광 지음 / 웨일북 / 2018년 9월
평점 :
비유하자면 확대형은 시속 50킬로로 가는 오토바이, 축소형은 시속 10킬로로 가는 자전거다. 확대형과 축소형이 자기 속도, 자기 스타일만 고집해서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충족해줄 수 없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자기 것을 고스란히 고집하면서 상대방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제 것을 버리지 않고서는 함께 갈 수 없다. 자기 스타일을 내려놓고 상대방 방식에 편승한다는 것응 마치 호랑이 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처럼 두렵고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자기 것을 양보하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시도는 또 다른 세상을 맛보게 한다. 당장은 '아, 아니야. 난 네 세상 싫어. 내 세상이 좋은데 내가 왜 네 세상으로 들어가야 해?' 하는 반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세상이 당신의 세상과 다른 특별한 것이 있어서 들어가보라는 게 아니다. 당신의 것을 버리고 상대방에게로 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거기에서 당신의 세계를 새롭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생긴다. 그러면 상대방은 당신을 성장시키는 고마운 사람이 된다. (p49)
기다렸던 책이었다. 꽤 오래 기다렸고, 추석이 지나 10월에 출간 된 책. 내 블로그 지인 중에서 세번째 지인이 쓴 책이어서 애틋함과 ,부담감이 물밀듯이, 쓰나미처럼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함께 얻었다.하지만 이 책을 접한 나의 느낌은 무언가 새로운 나라, 신세계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그동안 읽어왔던 수많은 심리학 저서와는 다른 느낌을 가져왔으며, 나 자신을 관찰하고, 관찰 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인간관계의 중심에 서 있다 보면 나 자신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때가 있다. 내 마음과 같지 않는 사람들의 행동과 삶의 패턴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실제 내 인간관계를 들여다 보면 회의감과 절망감이 든다. 나는 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는가, 저 사람은 나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지는 않는지, 내가 안 보는 공간에서 나 자신에 대해서 말하고, 나를 폄혜하고 있는지, 그런 두려움과 불안은 언제나 내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다. 특히 나의 성향과 너무 다른 특질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조심스럽고 두려울 때가 많다.그것이 불안에서 멈춰 있지 않고 공포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책에는 사람의 성향에 대해서 축소,확대, 회피,저항으로 분리하고 있다. 나는 그 중에서 축소회피형에 해당된다. 물론 그것이 모두다 맞는 건 아니지만 거의 대체로 그러하다. 공교롭게도 내 주변에는 확대저항형,확대회피형으로 둘러 쌓여 있으며, 그로 인해서 내가 받는 스트레스나 불안은 다른 사람들보다 크다. 나는 자전거로 시속 10km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이 시속 50km의 오토바이로 달리라고 한다면, 내안의 심리적인 압박감과 불안은 점점 더 극대화된다. 문제는 그들은 나의 불안의 실체를 이해하지 않고, 공감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왜 저렇게 하는 걸까, 왜 나를 맞춰주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불안의 실체를 가까이 가보지 못한 거였다.
작은 위로였고, 상처 치유였다. 이 책을 읽으면 내 마음과 나의 심리와 마주하게 된다. 작가님은 남편과 함께 살아온 이야기를 책 곳곳에 배치시켜 놓고 있었다. 같은 상황에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때로는 힘이 되고 , 나의 에너지를 증진시켜 준다. 반면에 서로 다른 성향은 나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피곤함 그 자체로 나자신을 내모는 경우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작가님은 대체로 축소 회피형이며, 나의 성향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였다. 그래서 공감가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동안 전화 통화에서 느꼈던 그 평온함이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나는 사람들과 만남에서 서로 친밀함을 형성하기보다는 서로 잘 지내는 정도에 머물러 있고, 거리를 띄워 놓는 성향을 지금껏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친한 사람은 10년이 지난 뒤에도 연락하고 있다. 반면 그것이 독이 될 때도 있다. 나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친밀함을 만들고 싶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되고, 죄책감을 느끼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책에는 바로 나의 또다른 모습을 찾아보게 되고, 그 안에서 나의 행동과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사람들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여전히 힘들지만, 그 안에서 나의 행동을 바꿔 나간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걸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