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중력 - 사소하지만 소중했고 소중하지만 보내야 했던 것들에 대하여
이숙명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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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나 좋자고 갖는 것이다.그걸로 돈벌이를 할 게 아니라면 결국 나 자신이 그로 인해 즐거운가 아닌가가 최우선이다. 때로 취향이 일치하는 사람을 만나서 기쁘게 수다를 떨거나 내 취향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권해줄 수는 있겠지만 아무에게나 강요할 수는 없다. (p116)


내가 읽고 싶어서 산 책은 논외로 하더라도 서평용으로 받은 책, 자료용으로 산 책, 친구가 쓴 책, 친구가 만든 책, 친구의 친구가 발행한 책, 누가 재밌다고 준 책, 누가 재미없다고 준 책, 참고용으로 빌렸다 돌려주는 걸 까먹은 책, 책에 깔려 죽을 지경인 다른 친구가 버린다기에 아까워서 받아온 책, 언제부터 왜 거기 있는지도 모르는 책, 그리고 내가 쓴 책까지 사방에 널려 있다. (p178)


어찌 보면 물욕이 없단 소리도 맞긴 맞다. 욕망이란 범접할 수 없는 것들을 향하는 마음이다. 욕망하지 않고 그냥 사버린다면 그건 더 이상 물욕이 아니다. 나는 새삼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갖고 싶다는 그녀의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태양 아래서는 형광등 불빛이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그거 말고는 갖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은, 그거 말고는 당장 다 살 수 있고, 그렇게 하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이다.(p241) 


한 권의 책을 읽었다. 작가 이숙명. 낯설지 않았다. 1년 전 읽었던 <혼자서 완전하게>에 이어서 읽게 된 신간 <사물의 중력>은 어떤 내용이 담겨져 있는지 알송달송할 정도의 책 제목을 가지고 있다. 저자의 삶이 이 책 속에 녹여 있으며,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저자의 소비패턴을 엿볼 수 있었다. 저자의 삶을 들여다 보면,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사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물건의 의미가 강할수록 오래 소장하고 싶어한다. 오래 쓰고, 아껴쓰는 소비패턴을 간직하고 있음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본의아니게 구박받고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내 삶이 이렇구나 느낄 수 있다. 남의 생각을 통해서 내 삶을 읽는다는 건 누군가의 경험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독서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특히 나에게 익숙한 가전제품 브랜드 골드스타,즐겨 사용했던 기차모양의 연필깍이, 저자의 소비패턴은 나의 소비패턴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어느 정도 겹쳐지고 공유된다. 특히 유행, 트렌드, 혁신,변화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하나의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이유없는 언어적 폭력이 행해지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나답게 살아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이렇게 사물(?)이 풍부한 삶을 살아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배고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간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내 부모님의 삶의 대부분은 절약하면서 살아왔고, 쓴 것을 다시 쓰면서 살아왔다. 지금 우리의 삶을 본다면 멀쩡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새로 구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소비패턴에 정체불분명한 외래어를 사용하면서 다양한 개념들을 주지시키는 모습들을 본다면,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자신처럼 살아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저자처럼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삶에 대해 간섭하는 우리들의 태도이다. 간섭하고, 간여하고,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생각을 기업들은 수많은 마케팅을 동원하여 이용하고 소비를 부채질 한다. 미디어 안에 비일비재한 기업의 도덕적인 문제들은 바로 우리의 소비행태에 대한 하나의 경종이며, 그것이 가져오는 불가피한 문제가 아닐까, 기업의 이윤 추구와 소비자의 욕망이 결합된 우리의 소비행태,그것이 가져오는 또다른 폭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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