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무것도 아닐까 봐 - 도시 생활자의 마음 공황
박상아 지음 / 파우제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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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한 타인의 화를 견디는 것보다 힘든 것은 , 내가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이 주는 자존감의 상실, 나잇값 못하고 꼴깝하는 사람들의 비난, 상처는 더 굴욕적이다. 산다는 건 자존감의 상실이 잦다는 것, 웃는 사람만 대해도 버거운 세상, 세상엔 화난 사람이 많고, 대항은 부질없다. 자존감의 상실을 머쓱한 웃음으로 감춰본다. 꺼내지 못한 분노를 술 한잔으로 비운다. (p84)


글은 나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무의식을 들어보자는 치료의 목적도 있지만, 실은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금 나의 이 무력함을 덮어줄 포근한 이불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나를 아는 사람에게도 , 세상에게도, 심지어 나 자신에게도 들키기 싫은 이 무력감, 나는 글을 쓴다는 명목으로 머릮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p175)


'나답게'란 일을 처리할 때 취하는 특유의 나의 해결 방식을 말하는지, 그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나의 신념들을 말하는지, 그 모든 것을 다 빼버리고 순수한 본능을 말하는 것인지 분별해낼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살아가는 방식이 나답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안다. 나답게 살기가 어려운 것은 수많은 나 가운데 어떤 나일지 결정하지 못한 빈곤한 결단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혹은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결국 나답게 사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p201)


작가 박상아의 생각을 읽는다. 그 생각의 근원은 공황장애와 전환장애였다. 이 두 가지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전무하다. 아니 날면서도 외면하다. 모 연예인에게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공황장애의 실체는 배부른 병이라는 인식들이 숨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불안을 안고 살아가면서, 자신의 병을 감출때가 많다. 대중들의 곱지 않은 인식들이 결합되어 그들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작가 박상아씨는 공황장애와 전환장애를 앓고 있음에도 2년동안 방치하다시피했던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다.자신이 앓고 있는 병임에도 그것을 방기했던 이유는 자신의 병에 대한 정보의 부재,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된 건 아닐런지.


박상아씨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며, 미안함도 필요하다. 그냥 저자의 불안의 실체와 마주하면서 그 안에 감춰져 있는 저자의 솔직함을 마주하게 된다. 항상 내 안에 무의식적인 형태로 감춰져 있으며, 저 깊은 심연의 바닷 속에서 밑바닥에 감춰져 있는 물길이 거대한 태풍이 몰아닥치게 되면, 고요하고 깊은 물의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기분도 그러하다. 거대한 폭풍우가 지나가고 태풍이 휘몰아 치는 기분이 들었다. 항상 생각하고 있고, 말하고 있지 않을 뿐 우리 마음 언저리에는 불안이 감춰져 있다. 그 불안의 실체를 마주하는 그 순간 나 스스로 약자가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옳고 그름의 판단은 나를 이유없이 공격하고, 그럼으로서 나의 자존감은 한순간에 떨어질 수 있다.그러나 누군가의 따스한 용기가 나에게 온전한 위로가 되고, 누군가의 불안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서, 나의 감춰진 물안을 끄집어 낸다. 나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나만 불안하게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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