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미스터리 박스 1
히라야마 유메아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이미지박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코코, 측은하게도 넌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구나. 상상력은 무엇이 길러주지? 지성과 지성이야. 넌 그게 결여되어 있어.지식은 상황을 이해하는 눈이지. 그걸 지성이 통합하고 제어해. 어머니가 길을 잃고 헤매는 아이를 차단기가 내려간 전차 건널목 건너편에 있는 걸 발견하고도 소리를 질러 부르지 않은 까닭은 어머니의 지식이 주위 상황과 아이의 발육 정도를 인식하고, 지성이 소리를 질렀을 때 발생할 문제를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이야. 그리고 울며 엄마를 찾고 있던 어린애가 몸을 숨기고 있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저 사람이 '엄마 아닌가?' 하며 전차가 막 지나가려는 건널목으로 뛰어드는 것은 무지지. 상상력이 결여되어 있어. 완전히 호기심 때문이라면 몰라도....."(p325)


이 책을 읽었던 건 어떤 이벤트 때문이었다. 그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앞으로 1년 뒤로 밀려있을지도 모른다. 이벤트로 인해서 이 책을 펼쳐 본 건 다행이 아닌가 싶다. 히라야마 유메야키의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에 관심 가지게 된 것은 국내에 번역된 저자의 다른 저서 <남의 일>을 2015년 8월에 읽고 난 뒤였다. 엽기와 호러가 중첩되어 있는 그 소설을 통해서 그로테스크라는 단어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히라야마 유메야키의 저서들 대부분은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며,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상당수 있다. 절판된 책이지만 중고 도서로 구매하였고, 왠지 꺼림직한 책이어서 ,그동안 펼쳐 보지 못하였다. 이 책을 지금에서야 펼쳐 보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책은 여덟편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다. 그 단편은 에그 맨 , C10H14N2(니코틴)과 소년-거지와 노파 , Ω의 성찬 , 소녀의 기도 , 오퍼런트의 초상 , 끔찍한 열대 ,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이다. 책 하나 하나를 펼쳐 보면 무언가 엽기적이면서 광기스러운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을 하나의 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고, 때로는 폭력적인 형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붓아버지의 성적 학대에 시달리는 딸, 사람의 피부 껍질을 활용해 지도를 그려내는 것, 고문을 자행하는 이들, 거인증을 앓고 있는 괴물 오메가에게 먹이를 대접하는 주인공, 거지 할아버지에게 온정을 배푸는 소년, 그들의 모습을 보면 뭔가 억지스럽고 괴이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이 책을 다시 펼쳐 보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소설 속 이야기가 내 삶 속에 침투하지 않을까 싶어서다. 사실 이 소설을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보다 더 불쾌한 소설이 아닐까 생각 되었고, 기대치가 큰 상태에서 책을 펼쳤기 때문에, 내 기대치에 살짝 벗어나 있어서 다행스러운 마음도 함께 있다.하지만 내 기대치에 벗어났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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