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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평점 :
'산 자와 죽은 자를 갈라놓은 것 같은 이 선을 한 발짝 넘어서면 미지와 고통과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거기에는 무엇이 있을까? 누가 있을까? 이 들과 나무와 태양에 빛나는 지붕 저쪽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선을 넘는 것은 두렵다. 그러나 넘어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이 선을 넘어 거기에, 이 선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 고 있고, 그것은 죽음 저쪽에 무엇이 있는지 결국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지금 힘이 넘치고 건강하고 쾌활하고 흥분해 있고, 나와 똑같이 건강하고 활기차고 흥분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적을 마주보고 있는 사람들은 똑같지는 않아도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었고, 이 느낌은 이 순간에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에 특별한 광채와 즐겁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고 있었다.(p281)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접어 놓고 , 펼치게 된 책은 레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이다. 세권으로 이루어진 도끼 책과 네권으로 이뤄진 톨스토이 책 중에서 한참 고민하게 된다. 그건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묵직함과 2000페이지가 넘는 두께,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특히 책을 읽는 이들이 추천하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은 울림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한 번 느껴 보고 싶었다.
소설은 프랑스를 제패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19세기 유럽 사회,오스트리아,프랑스, 러시아를 비추고 있는데, <전쟁과 평화>가 아닌 <삶과 죽음>이라 해도 크게 무방하지 않은 서사적인 구조를 뛴다. 책에는 먼저 볼콘스키가, 베주호프가,로스토프가, 쿠라긴가,귀족 가문 이외에 나폴레옹과 같은 역사적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있으며, 전쟁과 평화가 교차되는 유럽 사회를 비추고 있다.
네 권으로 이뤄진 소설, 첫번 째 이야기는 <전쟁과 평화>라는 거대한 서사적 이야기를 드러내기 위한 도입기에 해당된다. 전쟁이 막 시작한 그 때 농노제로 이뤄진 귀족들은 전쟁에 하나 둘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전쟁이 나타남으로서,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간에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가져오는 부수적인 보상들, 그 보상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짜릿한 보상이었다. 인간이 추구하는 본능적인 모습과 그 안에 감춰진 욕망들, 소설에서 전쟁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로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상당히 흡사하다. 전쟁에 직접 나가는 귀족 가문들과 그 안에 속해 있는 일원들. 그들이 전쟁에 나가면서 행운을 염원하는 것은 전쟁에서 승리를 얻게 되면, 폐하를 알현할 수 있는 보상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전쟁은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성격이라는 점은 사람들이 전쟁에 점차 가까이 하려는 이유가 된다. 공교롭게도 소설 속에서 전쟁은 유쾌하거나 재미있는 성격은 아니다. 어느 순간 서로의 이해관계 속에서 전쟁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데, 그로 인해 자신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뒤로 벗어나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포탄소리가 들리고, 핏빛지옥이 눈앞에 펼쳐지는 가운데,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죽은 척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 사느냐 죽느냐는 그 안에서 자신의 운명이며, 소설 속에서는 행운이라는 또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겨우 살아나 집으로 돌아간다면 영웅이 될 수 있고, 그것이 전쟁을 정당화 시키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톨스토이는 바로 전쟁의 승리와 패배 그 이전에 인간이 있다 걸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전쟁이 승리해도, 패배해도, 삶과 죽음은 언젠나 상존하게 되고, 승리가 반드시 생존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걸 은연 중에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이 소설의 도입기이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