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읽는 시간 - 죽음 안의 삶을 향한 과학적 시선
빈센트 디 마이오 외 지음,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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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꿈도 기억도 없이 죽는다.
그래서 아기의 죽음은 슬프다. 우리는 아기도 삶에 대해,인간에 대해 알기를 바란다. 아기의 별의 존재 이유를 궁금해하지도 노래를 부르지도, 진정으로 웃어보지도 못했다. 우리는 아기가 우리보다 행복할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작고 새로운 생명들에게 희망을 품는다. 그러다 아기가 죽고 희망도 죽는다.사람들은 어른보다 아이를 검시하는 것이 더 어렵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죽은 아이를 외면하는 것이 더 어렵다. (p92)


당신은 무엇을 위해 죽겠는가?
세상은 경찰과 강도로,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만 구성되지 않았다. 우리는 쉽게 오해하고 , 두려워하며, 증오에 빠지고, 자신의 이익에 흥분하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일을 찾는 모순된 인간일 뿐이다. 세상은 지저분한 곳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의 일부로서 때로는 잘못된 이유로 옳은 일을 하기도 한다. 또는 옳은 이유로 나쁜 일을 하거나.
그래서 이런 질문을 던져야겠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죽이겠는가?(p134)


사람들은 5,000년동안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돈, 섹스, 권력에 움직인다. 어떤 사람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사악하기만 하고 어떤 사람은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선하기만 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물 위의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떠다니며 바다로 가다가 선과도 마주치고 악과도 마주친다. 난 괴물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놀랍다. 그들은 그저 칼이 잘 드는지 보고 싶어서 자신들의 목을 베어버릴 사람들이 저 밖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p185)


법의학자 빈센트 디 마이오와 범죄 작가 론 프렌셀이 만났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불안의 주체, 범죄에 관한 미스터리를 푸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다. 사실 누군가의 죽음을 다루는 법의학자의 삶을 본다면 일반인의 입장으로 본다면, 보편적이지 않고, 극단적이다. 내 가까운 사람들의 평범한 죽음조차 슬픔과 고통이 되는데, 그들은 일상적으로 범죄와 연결되어 있는 죽음과 만나게 된다. 그것도 내 주변에 자주 나타나지 않는 성격의 죽음들, 사건 사고들과 연계되어 있는 죽음들이다. 즉 북음에 대한 흔적들만으로 그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이 책에 나오며, 그들은 죽음에 대해서 남의 일이면서,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다.


냉정하게 바라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예기치 않은 죽음이 발생하면, 언론과 미디어는 그 죽음에 대한 흔적을 기반으로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기 전에 그 죽음이 누군가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판단한다. 미디어가 가지는 속성들은 법의학자들이 다루는 죽음에 가장 근접해 있다. 내 가까운 소도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뉴스들 중에서 중요한 뉴스들은 사건 사고들이다. 최근 봉화 소천면에서 일어난 총기 사고도 그러하다. 자신과 무관한 사건 사고에 대해서 ,지역적 텃세로 인해서 안타까운 죽음을 만나게 된 그들은, 법의학자들의 손을 거친 뒤 죽음에 대한 예우를 갖춰 나가게 되고, 가족에게 시신이 인계된 뒤 장례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건의 원인과 과정들이 언론에 드러난 경우에도 법의학자는 그들의 죽음을 예의주시하게 되고, 관찰하게 된다. 그들의 죽음은 어떤 형태로 나타났는지 알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내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 가족의 시신에 대해 손대는 걸 불편하게 생각한다. 그것은 유가족을 두번 죽이는 경우라 생각하고,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이 그 죽음에 대해 미리 단정짓더라도, 그것이 법의학자에 의해서 뒤바뀔 수 있다는 걸 이 책에서 알 수 있고, 그것은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인간은 잔인한속성을 가지고 있다. 동물보다 위대하다고 말하면서, 현실은 욕망에 기초한 잔인한 행위들을 서슴없이 행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라나 클락슨의 죽음 뒤에 숨어있는, 음악 프로듀서 필 스펙터의 욕망은 그녀의 입안에 총구를 겨누었으며, 라나 클락슨 뿐 아니라 수않은 여성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잇는 권력적인 속성들을 드러낸다. 라나 클락슨의 죽음은 돈과 권력, 섹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사건의 총집합체였다. 죽음 뒤에 숨어있는 잔인한 인간의 행위들, 선과 악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순과 비합리적인 상황들이 언제 어디서나 내 앞에 놓여질 수 있으며, 법의학자는 그 죽음의 당사자가 아니면서, 그 죽음의 미스터리를 풀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알게 된다.그 안에 숨어있는 모순과 모순이 결합된 형태들이 이 책에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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