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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선 ㅣ K-포엣 시리즈 6
김현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평점 :
시인 김현이 추구하는 시는 어려움이다. 그 어려움이란 언어의 다의성을 극대화하여 사람들에게 다양한 해석을 창조하게 만든다. 시에 있어서 해석이란 무엇일까, 나의 경험에 따라서 해석은 달라질 수 있고, 그것은 오류와 왜곡은 필연적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쉬운 시와 어려운 시의 차이는 바로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을 허용하느냐 허용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아닌지, 김현 시선을 통해서 시인 김현이 추구하는 시상을 따라가 볼 수 있게 되었다.
시 <고백의 방향> . 시인의 시의 특징은 계절이 등장하고 , 시간이 등장한다. 계절과 시간은 지극히 자연에 가깝다. 삶과 죽음도 자연에 가까운 특징을 지니게 된다. 인간은 그런 자연에 가까운 것들을 망가뜨려 놓는다. 고백의 방향 속에는 여름과 겨울을 전면에 내놓고 있으며, 가을은 터널 속에 숨겨죽음에서 멀어질려고 발버둥 치는 행위는 인위적이면서 자연에서 멀어지는 파괴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터널이 가을이요, 가을이 터널이다. 어쩌면 가을은 터널 속에 자동차가 휙휙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에게 금방 찾아왔다가 금방 사라지는 계절은 아니런지, 자연이 샘솟는 여름과 자연이 숨죽이는 겨울을 대비시켜 놓은 시였다.
시 <이클립스>는 독특하다. 흰돌과 검은 돌을 등장시켜 놓고 있다. 흰돌과 검은돌은 시적인 표현으로 보자만 이분법적인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참과 거짓,진실과 배신, 소년과 소녀,이런한 수많은 이분법적인 요소들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지배하고 있다. 시냇물 속에 잠겨 있는 하얀돌은 소년이 던진 검은 돌로 인해 강물이 이지러지게 되고, 흰돌과 검은 돌의 경계선에서 '소년이 소년의 아름다운 얼굴에 손지검하고'라는 표현을 씀으로서 우리가 흰돌과 검은돌이 만나는 그 순간을 상상하게 된다. 그 상상의 나래를 펼침으로서 나만의 독특한 시상을 온전히 간직할 수 있으며, 그 시상이 김현 시인이 추구하는 시상과 일치 하지 않을 수 있는 폭넓은 허용을 허용하고 있다.
<자연에 가까운 가슴>은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땅,물, 마음, 바람은 자연이다. 자연이 선물해 준 사물들로 인해서 인간의 감정은 요동치게 되고, 때로는 평온함을 유지하게 된다.자연 속에서 생명은 그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오만하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생명이 아님에도 신적인 가치를 스스로 부여받앗다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생명에 가치를 매기고 숫자를 매기고,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럼으로서 인간은 점점 더 자연에서 멀어지게 된다. 눈물이 사라지고, 사과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인간들의 공통된 자화상은 어쩌면 자연과 멀어짐으로서 불행의 씨앗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건 아닌지, 김현의 시를 통해서 그의 시상과 마주하면서 나를 바라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시를 통해 부끄러움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