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든 매클라우드. 그가 한때 죽이고 싶어 했던 남지. 조운은 빌리지 사람들이 대청을 처바르고 살던 시절 이후로 동네 살인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가장 혐오하는 종류의 영국인의 표본. 으스대고 가부장적이고, 격식을 갖추어 꼼꼼하고, 폭력적이고 통제적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매클라우드가 어쩐 일인지 그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도, 그냥 존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번 주말에는 귀염둥이를 몇 명이나 마련하는 거지?" 용감하게, 수전은 대답했다."이번 주말에는 이언과 에릭 뿐일 것 같은데, 다른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지." 고든 매클라우드의 말은 불 같았다. 그는 , 수전과 마찬가지로, 매클라우드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으나, 그 말은 그의 피부를 태웠다. (p348)


사랑에 대한 오마주, 사랑에 대한 성장을 그려내고 있다. 마흔 여덞의 유부녀, 두 딸이 있는 수잔과 19살 폴은 운명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다. 테니스클럽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을 속삭이는 계기가 되었고, 일탈을 꿈꾸게 된다. 돈이 없는 폴과 돈을 가직도 있는 수잔, 두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돈이었다. 두 사람은 사랑을 하였고,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한다는 걸 남편에게 말하게 된다. 20살이 넘는 나이 차이를 극복하는 사랑의 모습들,고든이라는 남자가 채워주지 못하는 그 사랑을 폴에게서 얻고자 하였던 수잔의 이런 모습에 대해서 소설을 통해서 줄리언 반스의 문체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 있었다. 사랑하였기에 일탈을 하였고,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행복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불행의 심연으로 깊이 빠져 들게 된다.


문제는 수잔이었다. 폴과 함께 동거하면서,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폴은 스스로 자립기반을 다지게 되는데, 수잔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우울증을 도저히 해결할 수 없었다. 술을 간간히 마셨던 수잔이 폴과 만나면서 알콜 중독자로 바뀌게 되는데, 그것이 안타까움으로 남아있잇으며,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사랑하면서도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가져 오는 그 이야기들, 70이 넘은 노작가 줄리언 반스는 자신의 과거의 십대의 모습을 이 소설에 투영하고 있으며, 위험한 사랑을 꿈꾸지만 결코 위험하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 일반적인 우리의 평범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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