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학 시선 K-포엣 시리즈 5
안상학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시는 여백이 많은 시였다. 좋은 시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시였다. 한권의 시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었던 빈 여백을 채워 줄 수 있다면, 시 한편이 주는 무게감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특히 안상학 시선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의 근원에 대해서 사유하게 되고, 인간의 소유욕이 가져오는 인위적인 현상들을 고발한다. 인간은 왜 폭력성을 잉태하고, 동물이 보여주는 폭력성과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인간이 가지는 오만함은 동물을 학살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인간이 인간을 학살하는 또다른 고차원적인 단계에 다다르게 된다.


시 <얼굴>에는 얼굴이라는 형상과 개념에 대해서 동물과 식물, 인간의 차이를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동물과 식물들은 자신의 얼굴에 대해서 평가하지 않는다. 어떤 기준에 의해서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대로 살다가 주어진 데로 소멸될 뿐이다. 인간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것이 가져오는 또다른 폭력성, 그것은 스스로에게 열등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만들어내고, 차별과 편견은 그런 과정속에서 잉태된다. 그로 인해 스스로 자신과 경쟁하면서 피곤한 삶을 살아가게 되는 또다른 이유가 만들어진다.


시 <소풍>이다. '내사 두어 평 땅을 둘둘 말아 지게에 지고 간다'로 시작되는 이 시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내포하고 있다. 돈이 많다 한들, 땅이 많다 한들, 인간이 많들어 놓은 수많은 가치와 의미들은 내가 살아있을 때나 해당될 뿐이다. 죽음이후에는 내가 소멸됨으로서, 내가 매겨놓은 가치와 의미들도 자연스럽게 소멸된다. 인간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 그렇게 아둥바둥 살아가는 걸까, 어차피 죽을 인생, 두 평 남짓나에게 주어진 권리, 그것이 인간에게 전부이다. 소유할려고 애쓰지 말지어다. 순리에 따라 자연의 순환의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며, 인간의 순리이다.


시 <내 한 손이 내 한 손을> 이 시는 무언가 많은 걸 생각하게 된다. 남의 손은 그렇게 많이 잡아주면서, 나는 나의 손을 따스하게 잡아주지 못하였는지. 시 구절 하나 하나 읊어가면서 나는 나 자신의 그동안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 보게 되었다. 나를 위로 하는 것은 온전히 나 뿐이다. 남이 나를 위로한다 하여도 그건 일시적이며, 그 순간 뿐이다. 내가 내 손을 따스하게 잡아줄 수 있어야, 그것이 반복되고, 습관이 된다면, 나는 실패하더라도,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어쩌면 나를 강하게 하는 것은 성공이 반복됨으로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일으켜 세울 수 잇는 그 힘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때 나는 나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어 나간다. <안상학 시선>에서 이 시가 가져다 주는 큰 울림은 나 스스로를 부끄럽게 하였으며, 내가 앞으로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는지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주었다. 더 나아가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다는 그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