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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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아시 씨가 그 정도로 나쁜 사람일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 사람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렇게까지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대체로 사람을 얕보는 성격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악의적으로 보복하고, 부당하게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비인간적이고 비열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p128)


"하지만 남자들은 여자들이 그렇게 상상하게끔 처신하잖아."
"그런 속셈을 갖고 행동한 거라면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없겠지. 하지만 일부 사람들이 생각하듯 교활한 속셈을 품고 작정하고 하는 일들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p212)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가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혼인의 행복이나 가정의 안락함이라는 아주 만족스러운 그림을 마음 속에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젊고 아름다우며, 착해 보이는 여인에게 매료되었다. 하긴 젊고 아름다우면 대체로 마음도 착해 보이느 법이지만, 마침내 그 여인과 결혼한 아버지는 알고 보니 여인이 이해력도 형편없고 마음도 옹졸하기 짝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신혼 초부터 여인을 향한 진실한 애정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p361)


한 편의 고전을 읽어 보았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은 읽어 본 적 없지만 읽어 본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10년전 제인 오스티의 소설 <오만과 편견> 을 읽어 보기는 했다. 그 때 당시 영화가 개봉되었고, 원작이 아닌 영화 각색된 >오만과 편견>을 읽었던 거다. 세월이 지나 그 책 내용에 대해 기억조차 나지 않은 상태에서 소설 <오만과 편견>의 원작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되었고 이 소설은 나에게 색다르면서 익숙함이 물밀듯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이 소설을 읽고 난 뒤 두가지 깨닫게 되었다. 첫번째는 한국인들에게 영국 작가들 중에서 세익스피어 다음으로 제인 오스틴을 손꼽는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즐겨 읽는 이유도 짐작하게 된다. 소설 속 줄거리가 바로 우리 들의 일상들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오지랖 넒고 옆집 숟가락이 몇개인지 아는게 당연하였던 우리들의 정서 속에서는, 항상 누군가를 의식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고 판단하고, 내가 내세운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특히 이분법적인 판단에 근거해 그 사람을 나 자신과 가까이 할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결정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러한 모습들은 300년전 영국 주류 사회에서도 있었으며,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속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시골 베넷가에는 다섯 자매가 살고 있었다. 엘리자베스, 제인, 리디아, 키티, 메리, 이들 자매에게는 꼭 거쳐가야하는 중요한 대소사가 있으니 바로 결혼이었다. 때마침 베넷가 집안에 찾아오게 된 부잣집 청년 빙리가 찾아오게 되는데, 베넷가 다섯 자매와 부모님들은 빙리가 가지고 있는 자산과 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일년에 4000파운드의 돈을 벌고 있으며, 수만 파운드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빙리와 결혼하는 것이 베넷가의 또다른 미션처럼 보여지고 있다.


빙리와의 만남 , 무도회에서 베넷가 둘째 딸 엘리자베스는 빙리가 아닌 다아시에게 눈길이 가게 되었다. 허영심과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와 다른 오만하고 편협한 모습을 보여주는 다아시의 모습과 행동을 본다면 다섯자매의 시선으로 보면 깨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는 거였다. 하지만 다아시의 행동은 명분이 있는 행동이었다. 다만 엘리자베스는 그의 행동 뒤에 숨어있는 의미와 맥락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꾸준히 다아시와 만나면서 서로를 탐색아닌 탐색을 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의 판단과 선택의 기준에는 베넷가 네 자매의 생각들이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다아시였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였다. 특히 딸많은 집안에 사위로 들어간다면, 항상 매순간 나 자신이 도마 위의 생선처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게 되었고 두려움에 몸서리 처질 수 있느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매사 친절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를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들이 생각하고 상상하는 그대로 행동할 경우 그들은 나에 대해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해 부정적인 모습에서 긍정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두 사람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지금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 본다면 그것이 정반대인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모습에서 부정적인 모습으로 바뀌는 경우가 우리 일상 속에 상당히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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