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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인의 눈에 비친 6.25전쟁 - 목타르 루비스의 한국 종군기
목타르 루비스 지음, 전태현 옮김 / 어문학사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승만이 썩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썩은 것은 정부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승만이 파시스트라고 했다. 파시스트는 그가 아니라 경찰이라고 했다. 남한 사람이 잔인하다고 했다. 아니 잔인한 것은 북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이승만은 미국의 허수아비라고 했다. 아니 이승만이야말로 미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미국은 한국에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으며, 단지 대한민국을 방어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 이유는 극동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라고 했다. 소련이 북한군의 기동을 지휘했다고 했다. 한국인들이 북한군의 진입을 열렬히 환영했다고 했다. 아니 북한군을 증오한다고 했다. 한국인들은 미군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니 미군을 싫어한다고 했다. 남한은 정말 잔인하다고 했다. 남한은 민주국가라고 했다. 아니 남한은 민주국가가 아니라고 했다. 이와 같이 온갖 말과 의견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p91)
우리는 전쟁에 대해서 쉽게 말한다. 전쟁을 겪어본 나라이면서, 전쟁을 가볍게 여긴다. 6.25 전쟁에 관한 역사를 기록에 의해서 의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한국전쟁 , 동족간의 전쟁의 역사를 우리는 상당수 미화하고 왜곡하고 있었다. 특히 교과서 속에서 한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6.25 전쟁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쟁은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특히 전쟁이 동존잔상의 형태를 가진 경우는 더 그러하다. 한국 전쟁에 대해 북한을 적군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들은 상당수 왜곡되어 있음을 인도네시아에서 온 종군기자 목타르 루비스의 기록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조선시대를 거처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의 삶은 말그대로 낙후되어 있었고, 70여만명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한반도를 떠남으로서 한국내의 많은 시스템들이 혼돈 속으로 내몰리게 된다. 일본인에 의해서 지배되었던 한반도가 일본인들이 쏙 빠짐으로서 생겨나는 카오스적인 상황이 6.25 한반도 전쟁을 일으킨 원흉이 되었으며, 권력을 잡기 위한 과정들, 외세의 전략적인 목적들이 구체적으로 나열되고 있다.
시체들, 우리는 뉴스에서 나오는 시체 한구만 봐도 혐오스러움을 느낀다. 그런데 전쟁이 발생하게 되면, 내 주변 구역 곳곳에 시체가 나타나게 된다. 시체가 만들어내는 더러운 상황들과 전염병은 지금 현재 우리가 마주하는 시스템을 한순간에 망가트릴 수 있다. 또한 전쟁은 적군과 아군으로 나니게 되며,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 중요한 거점지들은 파괴되고, 전쟁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 필요한 인프라들은 철저히 망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전쟁을 해서는 안되는 당위성을 만들어 주고 있다. 파괴되고 망가지는 것, 우리가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의식주가 사라지게 되면, 인간들은 철저히 동물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사에는 그러한 부분들,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채색되어지고 지워지게 된다. 영웅담들이 넘처나게 되고, 맥아더 장군,김일성, 이승만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철저히 승리자를 위한 기록들, 승리를 채워 나가는 사람들의 역사관을 후대는 배우게 되고, 실제 전쟁을 경험한 세대들은 아스라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한반도에서 한국인들과 북한인들의 아픔이 기록되어 있다. 서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들은 살아가는게 주목적이 되어 버렸다. 줄을 선다는 것은 바로 생존이 걸려 있기 때문이며, 죽음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