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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오기 전에 - 죽음 앞에서 더 눈부셨던 한 예술가 이야기
사이먼 피츠모리스 지음, 정성민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평점 :
우리는 행복을 갈망한다. 행복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미디어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계시를 내린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 부응하여 살 수 없다. 그렇게 살고 싶을 뿐이다. 행복을 우리 삶에서 느끼고 싶어 한다. 계시에서 멀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나는 움직일 수 있기를 선망하고 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그게 무엇인지 한 때는 나도 알았다. 한 방향으로 기울어진 구성 요소들이 균형이 잡힌 상태. 행복해지려고 몸부림치는 순간들 속에서 나는 지금 진정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구성 요소들이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졌을 때는 쉽지 않다. 행복은 물 위에 떠 있는 순간이다. 내 말을 귀담아 듣기를, 나는 지금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으니까.(p117)
살아있는 존재는 언젠가는 죽음을 만나게 된다. 그것은 동물이던, 식물이던, 사람이던 공통적인 숙명이다. 인간이 영원한 삶을 얻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죽음에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그 몸부림이 커질 수록 그 비참함은 정비례한다. 죽음 앞애서 진시황이 영원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해왔던 행위들, 이집트의 왕들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지었던 이유도 인간이 가지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일반인들이 살면서 무언가 남기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신만의 고유한 의미, 그 의미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게 되고, 그 의미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끊임없이 의미를 찾아 헤매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루게릭 병이 걸렸던 사이먼 피츠모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은 고작해야 3년~4년 정도였다. 자신에게 놓여진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알게 되었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사라지게 된다. 감각이 사라져 가고 있었고, 후각과 미각을 잃어버렸다. 사라진다는 것은 아픔이었고 슬픔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사이먼은 할 수 없었다. 근육이 위축되면서 ,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사이먼의 분신이 태어나는 그 순간이었다. 아내 루스와 결혼하고 잭, 라이피, 아덴을 낳게 된 사이먼은 영화제작자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게 된다. 비록 혼자서 움직일 수 없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각들이 사라지면서, 온전히 눈동자에 의지해 살아야 하는 사이먼이지만, 삶에 대한 의미는 사라지지 않았던 거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사이먼은 스스로 찾아냈다.
이 책을 읽으면 사이먼이 앓고 있는 루게릭 병보다, 사이먼의 인생 그 자체에 대해 바라보게 된다. 살아온 날보다 남아있는 날이 현저히 적은 사이먼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그리고 사이먼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게 되고, 대조하게 된다. 나는 사이먼보다 할 수 있는게 많고, 해야 하는 일도 많다. 사이먼은 행복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반면 나는 그렇지 못하다. 당연히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사이먼이 간절히 원하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소중함이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 사이먼보다 더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나 스스로 그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