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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후흑학 - 중국판 마키아벨리즘 후흑의 관계론
신동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4년 1월
평점 :
"후흑의 연마과정은 크게 세 단계가 있다. 1단계는 낯가죽이 성벽처럼 두껍고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시꺼먼 이른바 '후여성장厚如城墻,흑여매탄黑如煤炭'으 단계이다. 처음에는 낯가죽이 한 장의 종이처럼 얇으나 점차 밀리미터에서 센티미터, 미터 단위로 늘어나 마침내 성벽처럼 두꺼워진다. 마찬가지로 최초의 얼굴색은 우유처럼 흰색인데 점차 회색, 검푸른 색으로 변하다가 마침내 숯덩이처럼 시꺼멓게 되는 것이다. 이 경지가 되면 능히 1단계 연마가 끝났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경지는 비록 성벽이 두껍다고는 하나 대포의 공격에 파괴될 수 있듯이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할 뿐이다. 또한 속마음이 숯덩이처럼 검다고 하나 안색이 혐오스러워 사람들이 접근하길 꺼린다. 따라서 이 단계는 아직 초보적인 연마단계에 불과하다.
2단계는 낯가죽이 두꺼우면서 딱딱하고 속마음이 검으면서도 맑은 이른바 '후이경厚而硬,흑이량黑而亮'의 단계이다. 낯가죽이 두꺼운데 능통한 사람은 당신이 어떤 공격을 퍼붓더라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유비가 바로 이런 사람이다. 조조 같은 사람도 그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속마음이 시꺼먼데 능통한 사람은 마치 빛바랜 칠흑 간판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과 같이 남에게 인정을 받는다. 조조가 바로 이런 사람이다. 그는 속마음이 시꺼멓기로 유명했지만 중원의 이름난 호걸들이 마음을 빼앗겨 그에게 귀복하고 말았다. 이 단계는 가히 속마음은 칠흑 같이 서꺼멓지만 얼굴은 투명하리 만큼 밝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1단계와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 들어설지라도 그 자취를 나타내는 형체와 색체가 드러난다.
제3단계는 낯가죽이 두꺼우면서도 형체가 없고 속마음이 시꺼먼데도 색체가 없는 이른바 '후이무형厚而無形,흑이무색黑而無色'의 단계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하늘은 물론 후세 사람들마저 그 사람을 후흑과는 완전히 정반대인 불후불흑不厚不黑의 인물로 여기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기는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p319)
후흑학은 중국의 리쭝우가 제창한 사상이다. 그는 고대 중구의 제왕들의 성공 비결을 찾았으며, 마키아벨리나 서양의 수많은 제왕들의 성공 비결을 찾아 나가게 된다. 한나라를 바꾼 인물들은 어떻게 해서 패왕이 되었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는지 분석하였으며, 그것을 후흑에 남겨 놓았다. 중국이 아편전쟁이 일어나고 중국의 위상이 꺽일 때 나타난 글의 사상은 싱가폴과 같은 주변 나라들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지금은 리쭝우의 후흑학은 한 나라의 지도자 뿐 아니라 한 기업의 CEO 가 살아남기 위한 처세술로서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
왜 후흑학인가, 후흑학을 배우면 세상의 변화에 밝아지게 된다.지금 이 세상은 매 순간 바뀌고 있으며, 언제나 1인자가 교체될 수 있다. 그러한 세상의 변화에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의 고전과 제왕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초한지 후흑학>은 중국의 진나라가 멸망하고, 유방과 항우의 대결에서 유방이 이기고 항우가 진 원인을 후흑학과 연결짓는다. 건달 출신이었던 변변한 스펙을 가지고 있었던 유방은 왜 승리하였고, 중국의 부자였으며, 뛰어난 전략가였던 항우는 왜 실패하였는지 그 원인을 따라가 보면 두 인물의 차이가 극명화게 나타난다. 더 나아가 항우와 유방 사이에서 우유부단한 한신이 유방을 처치할 수 있었음에도 실패하였고,성공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되었고. 패왕에 오르지 못하게 된다. 이런 과정들은 현대에도 유용하다. 제3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된 한국과 제4차 산업 혁명을 발빠르게 준비하는 중국의 차이는 바로 후흑을 아는 중국과 후흑을 모르는 한국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후흑은 미래를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고 싶거나 하물며, 한 지역의 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제2인자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제1인자로 우뚝 설것인가는 후흑을 아느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에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