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우에노 지즈코 지음, 박미옥 옮김 / 챕터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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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고등교육은 부모의 지원, 특히 어머니의 응원 없이는 달성되기 어렵다. 1990년대 중반부터 내가 가르치던 도쿄대학의 여학생들 중에서 재수를 경험한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재수 역시 부모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여자애기 재수라니, 어디든 적당한 대학 골라서 들어가라'고 하는 부모들 대신, 딸의 등을 두드리며 "재수를 해도 괜찮으니 더 좋은 대학에 가라" 고 하는 부모들이 등장한 것이다. 여학생의 재수 경험은 '흠' 으로 작용해서 나중에 취직이나 결혼 때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것을 무시하고 딸에게도 아들만큼의 노력을   요구하는 부모들이다. (p148)


먼저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걸 잊게 된다. 물론 이 책이 번역본이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며, 한국인이 쓴 한국 사회를 비춘 한권의 책이라 생각하게 된다.그만큼 일본 사회의 모습들, 특히 성차별이나 사회적인 관점과 모순들이 시간적 차이를 두고 한국 사회에 그대로 일어나고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차별이 주요 주제로 부각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이 책을 쓴 우에노 지즈코 씨는 일본에서 유명한 페미니스트이다. 1948년생이며, 7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으며, 일본에는 140여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다. 물론 한국에는 저자의 책이 24권이 번역되어 있으며, 한국 사회의 페미니스트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우리의 페미니스트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저자의 책을 읽으면, 큰 통찰력을 찾아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왜 '여성 생존전략서'라 부르는지 첨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와 차별에 대한 생각들이 모여져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 사회의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의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여성에 대해 언어적 폭력이 일어나고, 여성들은 그런 폭력에 맞서기 위해 연대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이 새 대통령이 되고 난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글에서 청원으로 채택된 주요 처원들을 본다면 여성들의 사회적 연대의 특징을 깊이 고찰할 수 있다.


여성들은 과거부터 크게 대접받지 못하였다. 농경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결혼은 당연하고,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에게 사회적 배척이 허용되었다. 아이를 낳는 기계라 할 정도로 임신,출산, 육아가 반복되었으며, 사회는 남성이 만든 시스템 하에 돌아갔기 때문에 여성들은 대체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간간히 여성 최초라는 기사들이 부각되는 걸 본다면, 우리 사회의 열악한 여성의 지위를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엄마와 딸의 관계. 이 책에서는 예전에 읽었던 가야마 리카가 쓴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가 생각 났다. 그 책이 생각 난 이유는 이 책에서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가 과거보다 올라가게 된 이유는 바로 어머니의 희생이 컸다. 어머니의 딸에 대한 뒷바라지, 딸의 사회적 위치 상승은 어머니의 딸에 대한 기대치가 존재하였고, 어머니는 딸에게 자신의 희생과 욕구를 채우려 했다. 문제는 그것이 딸에게는 큰 부담이 되엇으며, 하나의 족쇄가 되어서 지워지지 않게 된 것이다. 이것은 딸과 어머니의 관계가 딸의 생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되고, 친정엄마에 대한 혐오감으로 분출되었던 거다. 어머니는 딸의 인생을 자신이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행하려 하고, 딸은 성장하면서 그것을 거부하게 된다. 이 책에는 여성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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