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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의 가격 - 지성호 ㅣ 이 사람 시리즈
장강명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7월
평점 :
사람이 굶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려 한다. 우선 매우 배가 고파진다. 몸에 축적한 지방층이 없는 상태에서 두 끼 이상을 연속해서 거르면 그때부터는 허기가 통증에 가까운 감각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급성 위염이나 위궤양처럼 속이 쓰린 느낌인데, 특히 성장기 어린 아이들, 청소년들이 이 고통을 견디기가 힘들다고 한다. 육체가 비명을 지르며, 신경신호를 통해 뇌에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먹을 것 외에 다른 일 따위는 생각하지 말라고, 식량을 찾는 작업에 집중하라고, (p10)
부어오른 몸이 가라앉고 , 다시 붓고 , 또 가라앉고, 그렇게 세 번을 반목하면 회복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미 음식이 앞에 있어도 먹지 못하는 상태다. 이런 사람을 살리려면 음식이 아니라 항생제와 수액이 필요하다. 마지막에는 항문이 열린다. 괄약근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 그렇게 되는데, 손을 집어넣을 수도 있을 정도로 항문이 크게 벌어진다. 의식이 없는 상태이지만 얼굴이 너무 말라 몹시 끔찍하고 고통스럽게 보인다. (p16)
우리는 북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그려내지 못한다. 1990년대 중반 그들이 겪어야 했던 배고픔의 실체에 대해서 유네스코 단체를 통해 잠시 봐왔을 것이다. 그들에게 기아에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성원에 대해서 우리는 손가락으로 북한에 대해서,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 악플을 달기 시작했다. 160cm 의 키에 30kg 의 몸무게가 된다는 그 상황에 대해 느껴 보지 못한 우리들의 또다른 무감각적인 하나의 실체에 대해서, 이 책은 실제 북한에서 살아온 지성호 씨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다. 그래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에겐 일지 말라고 하고 싶다. 느낄 수 있는 그 순간의 극치를 경험할 수 있으며, 책 속 실제 주인공 성호의 이야기가 또렷하게 그려져 있다. 북한의 화령 수용소와 학포 탄광. 이 두가지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곳이다. 북한에서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수용되는 그곳에서, 그들은 탄광에서 일을 해서 연명해 나가야 했다. 하루 2톤의 석탄 할당량을 채워야 하는 현실, 인공 산사태가 빈번한 북녘땅에서 고통스러운 그 순간을 그들은 경험해 오면서 살아가게 된다. 산다는 게 지옥이고, 죽음이 천국이다. 배고픔의 실제, 그 극한의 순간에서 우리가 말하는 고난의 행군을 북한에서는 '미공급 사태'라 부르고 있다. 배급이 끊어진 상황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그들은 죽음과 마주하게 되고,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가게 되고, 그들은 자생적으로 장마당을 세워서 가족들의 삶을 생존의 늪에서 구출하는 과정을 거쳐 나가게 되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북한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고스란히 체험한 지승호 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써내려 가게 되었다. 기차에서 전봇대에 부딪쳐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한 쪽 팔과 한쪽 다리를 마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술이 행해졌으며, 그로 인해 죽음의 끝자락에서 살아남게 된다. 인간의 그런 끈질진 생의 모습을 본다면 자연스럼게 고개가 숙여질 수 밖에 없었다. 다음 생이 보장됨으로서 스스로 생을 지속하기 위해서 탈북을 시도하였으며, 중국과 라오스, 태국을 거쳐 탈북에 성공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그것이 잃어버렸을 때의 실체를 묘사하고 있다. 우리가 고마워 하지 않고 감사할 줄 모르는 것들, 그것이 누군가는 간절히 원한 그 무언가였으며, 그것을 아는 이는 세상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에 불평 불만을 쏟아낼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명심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