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고
변종모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믿음이라는 것은 내 몸의 가장 가까운 안쪽에서부터 시작되지만, 때로는 가장 멀리 있기도 한 것이다. 그 거리는 믿음과 불신의 간격이 아니었지만,낯선 곳에서 잠시 만난 누군가가 나를 위해 제안한 고마운 일이기도 한 것이라 결정이 어렵다. 더군다나 내가 그곳에서 환해질 수 있다니, 그녀가 말한 외롭고 아름다운 것은 어떤 이미지일까? 식어가는 찻잔 위로 저녁 바람이 가득 찼다. 사람들은 더욱 바짝 당겨 서로를 밀착시켰다. 나는 어쩌면 그녀가 자리를 비움과 동시에 알지도 못하는 남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는지 모른다. (p204)


우리가 생각하는 여행은 그곳에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 있어서이다. 그것이 자연이 만든 흔적일 수 있고, 생명체가 남겨놓은 잔해일 수 있다. 인간이 스쳐 지나간 흔적들도 분명 있으며, 우리는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과 마주하게 된다. 생각과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르지만, 서로 닮은게 많다는 이유로 함께 하고 때로는 함께 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간극을 확인할 때도 있다. 믿음과 불신이란 어쩌면 백짓장 종이 하나정도의 얇은 차이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 나는 어떤 여행을 꿈꿔야 할까 상상하게 되고 꿈꾸게 된다. 상상이란 결국 내 안의 관심과 호기심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관심 가지지 않는다면 움직이지 않게 되고, 결국 우리는 우연과 필연이 마주하는 그러한 교착점을 만나지 못할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인도 갠지스강에 가는 걸까, 그곳에는 우리가 마주하지 못한 풍경들이 있다고 한다. 삶과 죽음이 있으며, 동물과 사람이 뒤섞여 있는 낯선 내음새가 풍기는 곳, 여행이란 때로는 즐거움과 편리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통속으로 내미는 건 아닐런지, 나 스스로 선택한 고통이니 누구에게 원망할 수 없다. 내가 선택한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을 뿐이다.


누군가 그곳에 가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소개되어 있지 않는 곳, 편리함과는 담쌓은 곳, 그 사람이 가보라 하니까 가는 곳이었다. 모로코 최남단 미르레프트. 그곳은 정말 아름답고 외로운 곳이라 한다. 이렇게 이 책에서 그곳을 소개하면 그곳이 어색하고 낯선 곳이 아니라 익숙한 곳으로 바뀌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인들이 모두 그곳으로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기질, 호기심과 오지랖은 그렇게 모로코 최남단으로 향하게 된다.


왜 우리는 최신, 최고만 추구할려고 하는 것일까, 특히 미국의 뉴욕에 가서 최신의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아까울 것 같다. 정작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최신이 아닌 오래된 것이 아닐런지, 최신이라는 단어는 시간의 유효기간이 존재할 수 있지만, 오래된 것은 시간의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라질지 존재할 지 기약이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뉴욕의 오래된 곳이 궁금해진다.


사하라에 가보고 싶다. 사하라는 언제나 내 마음 속의 아지트였다. 자연의 흔적들이 또렷하게 기록되어 잇는 곳, 거대한 모래들로 둘러 쌓인 사막의 한 귀퉁이에서 내가 볼 수 있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번은 가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만의 추억을 쌓아가고 싶다.여행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생과 죽음의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니게 나만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항상 내 안에서 꿈틀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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