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 쓸모 있는 인간 - 오늘도 살아가는 당신에게 『토지』가 건네는 말
김연숙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작가 박경리님께서 남긴 토지에 대한 고찰과 분석이다. 소설 토지, 1897년에서 1945년까지 최참판 댁 딸 최서희는 하동군 평사리 지역 유지로서 살아가다 조준구에 의해서 자신의 재산을 모두 빼앗기게 되고, 복수를 꾀하게 된다. 길상과 서희의 결혼, 간도로 이주하고, 다시 평사리로 돌아와 복수를 하는 과정이 소설 토지에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26년간의 집필 기간 동안 작가 박경리 님의 족적이 고스한히 남아 있는 이 책을 저자는 독한 문학이라 부르고 있다. 하나의 문학 작품을 펴내기 위해서 600여명의 인물들의 또다른 군상들이 이 책에 녹여 있으며, 그들의 삶과 삶의 궤적에는 또다른 나의 자화상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하고 많은 일이 있고 어리석은 놈 등쳐서 껍데기 벳기묵을 재간도 있는데 와 하필이믄 이 짓을 하고 있제?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없는 것도 아니지마는 그러나 석아, 우리 같이 설운 놈들이 마음을 굽히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매나 좋노, 굽히도 굽히는 기이 아니요 기어도 기는 기이 아니라. 안 그렇나? 니는 내가 오늘 당했이니께 울적해서 말이 많다 생각할지 모르겄다마는 땅바닥에 꿇어앉아 술을 마시도 좋고 일만 잘 되믄 못할 짓이 머 있겄노. 도리어 보람이 있제. 내가 살아있는 것 같아서 말이다. 저기 저 하늘에 별이 깜박깜박한께 내 가심도 깜박 깜박 하는 것 같고, 내 새끼 내 계집 그라고 온 세상 사람들 가슴도 그러리라 생각하믄은 ,그렇지 내가 하는 일도 과히 헛된 일은 아닐 기라 (P56)


26년이라는 세월은 소설 <토지>를 위대한 문학으로 바꿔 놓았다. 1897년에서 1945년까지, 하동 평사리를 무대로 한 이 소설 속에서는 조선에서 대한 제국으로 ~일제 강점기로 넘어가는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으며, 부자와 양반, 양민과 노비의 또다른 자화상을 채워 넣고 있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펄벅의 <대지>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두 가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 있다. 즉 박경리 작가의 <토지>는 소유라는 것이 빠진다면 그 안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행동 하나, 생각 하나, 그들의 결정과 판단을 온전히게 보존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즉 토지는 그대로 있지만, 그 토지를 내 것이라는 걸 보증하는 문서가 없다면 사람들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게 되고, 그들의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다.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닌, 그들의 삶 그 자체를 온전히 파악하는 과정이 엿보인다. 부자에서 하루 아침에 밑바닥 인생이 되어야 했던 서희가 선택할 수 있는 것과 선택할 수 없는 것, 그것을 먼저 아는 것이 필요했다. 조준구의 행동과 서희의 행동에는 그들의 가치관이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조준구와 조준구의 외아들 조병수와의 관계, 최치수와 최서희의 관계는 서로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희는 복수를 꾀하기 위해서, 소유한 것들을 잃어버렸고 ,그걸 되찾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길상과 결혼하고, 간도로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와서 조준구에게 복수를 하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소설 <토지>는 16권으로 된 솔출판사 버전이다. 지금 시중에 널리 펴져 있는 책,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소설 <토지>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20권짜리 책이다. 글자 간격이 촘촘하게 채워져 있는 내가 가진 책들을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궤적은 완전하게 파악할 순 없었다. 다만 그들의 삶에 대해서 막연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뿐이다. 시대는 변하고 잇었으며, 그들은 소유하기 위해서 욕망하였고,그것을 얻기 위해서 선택하고 결정하게 된다. 그것을 선과 악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 어리석다 말할 수 있다. 인간의 행위는 선과 악으로 이해하기에는 서로 얽혀 있고, 묶여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진 그들의 삶은 그렇게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떤 이들은 웅크린채 그 순간이 지나가길 원하고, 어떤 이는 누군가 소유한 것을 빼앗으려 한다. 물론 빼앗긴 이는 그것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을 시도할 것이다. 그들이 소유하는 것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들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 달라지게 되고, 그러한 우리들의 삶이 복합적으로 ,그리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소설가 박경리 님이 남겨 놓은 <토지>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