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시간이 많아서 다행이야 - 낯선 세계에서의 익숙한 조우
채주석 지음 / 푸른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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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존의 자연 그 자체보다 그곳에 적응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특히 시장이 가장 아마존다웠다. 베가 갈린 악어를 팔고 있는 소녀, 바나나 더미 사이에서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는 아기, 생선 가판대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는 꼬마들까지, 모두 '진짜'이기에 가능한 풍경들이었다. 시장에서는 악어, 거북이, 원숭이와 같이 쉽게 구경할 수 없는 동물들을 '고기'로 팔고 있었다. 털이 벗겨진 원수이는 흡사 사람 같아 보고 있기 거북할 정도였다. 가이드가 속삭이듯 일러주었다. 이미 내가 모두 다 먹어본 '고기들' 이라고 (p190)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이유는 누군가 여행을 다녀온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여행에 대한 열망이 더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현실 도피적인 목적도 강하지만, 누군가의 여행에서, 어디선가 본 풍경들이 나의 여행을 부채질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어떤 여행을 시작하였고, 어떤 여행을 즐기고 있었는지 그 하나하나 즐겨볼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 책은 낭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여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나에게 익숙한 곳도 비추어주고 , 때로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는 곳도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호주에서 처음 시작항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저자의 특별한 경험들이 눈에 들어왔다. 남들은 불가능할 거라는 세계여행, 특히 무전여행에 대해서 ,채주석씨는 스스로 여행을 통해서 증명해 내고 있다. 더군다나 제대로 여행을 하기 위해서 호주에서의 1년간의 남다른 노동(?)은 그의 인생의 하나의 꼬리처럼 따라 다닐 것 같다.


히치 하이킹. 저자는 10명의 사람들을 통해서 700km 의 히치하이킹을 경험했다. 돈은 없지만 시간은 넉넉하였기에, 부족한 돈을 시간으로 충당하게 된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노숙자로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기도 하였으며, 점점 더 쌔까매져 오는 자신의 얼굴 모습과 함께 하게 된다.남미에서 마주한 여행은 말 그대로 고생길이다. 고산병이 불식간에 찾아오게 되었고, 브라질과 콜롬비아는 치안에 있어서 상당히 열악한 곳이다.사람들 틈 바구니에서 지갑에 있는 돈이 사라지게 되었으며, 하지만 지갑과 자신의 소중한 가치(?)들이 사라지지 않은 것에 대해 고마워 하면서 여행을 쭈욱 이어나가게 된다.


여행은 경치가 아니라 사람이 아닌가 싶다. 인도에서 봤던 사람들, 벤쿠버에서 봤던 사람들은 뭔가 독특하면서 이질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강조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성의 실체에 대해서 벤쿠버 사람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걸 살 수 있다. 일을 화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잏들을 즐기면서 살아가고, 버스킹을 통해 삶을 연명해 나가는 방법도 있다. 그들의 삶을 보면 우리의 삶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여행은 우리에게 익숙한 곳에서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불평 불만을 가지는 이들에게 그것들이 감사함과 고마움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바꿔주는 작은 선물인 것이다.저자는 돈이 부족해도 누구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을 바꿔 나갈 수 있다는 점, 그것이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가 아닌 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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