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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의자로 앉아 있다 ㅣ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8
박방희 지음, 허구 그림 / 도토리숲 / 2018년 7월
평점 :
태어나자마자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은 '당연한 것들'이다. 그 '당연한 것들'은 태어나면서 살아가는 내 삶에 대해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당연하게 되면서 , 나는 점점 더 달라지게 되었고, 당연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 갔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들여다 본다면, 우라는 모두 다 태어나자 마자 어른 인 적은 없었다. 아기가 아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거쳐서 어른이 되어갔다. 그 누구도 여기서 예외가 될 수 없었고, 지금 내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 뒤에는 어릴 적 내 기억속의 잔상들이 떠올라서 그런 게 아닌 가 싶어진다. 그 잔상들 중에는 나의 어릴 적 동심이 있었다.이 책에 나오는 56편의 동시조,그 안에는 우리의 잊혀진 동심이 있었다. 도시에 익숙하며 살다보니, 어느새 자연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마트폰보다 자연이 더 값지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책, 동시조를 졸업한 줄 알았건만, 이제 다시 동시조를 꺼내는 건 바로 내 안에 감춰진 아이의 잔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싶다.
동시와 동시조는 따스하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놓치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욕심내지 않고 사는 것,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행복을 얻어 가는 것, 열개를 움켜지면 반드시 내려 놓아야 한다는 자연이 간직하고 있는 영원 불변의 오묘한 진리들, 그런 무형의 가치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들여다 보면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소중한 가치들이 안개 속에서 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는 애잔함과 안타까움만 남아있다.
나무와 의자의 절묘한 모습들, 의자 위에 서 있는 나무는 무언가 착시현상을 느낄 수 있다. 나무 밑에 앉아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곳, 나무는 우리에게 엄마와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어진다.어릴 적 했던 불장난질은 어른들이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고 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고 불장난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꼴딱 세우게 된다. 그러다 오줌 싸게 되면, 우리는 키를 머리에 얹고 동네에 소금 얻으러 가게 되었다. 그 당연한 것들이 도시의 삶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겐 사라지고 흐려지고, 느껴지지 않는다.부끄러운 줄 모르고 키를 머리에 얹고 동네를 다녔던 그 때가 생각났다.
지구에 등을 대고 하늘을 바라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자연의 오며함과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스함과 포근함이 아닌가 싶다. 시간에 쫒겨 살아가면서 언제부터인가 하늘을 볼 기회가 사라지게 되었다. 길을 가다가 쉴 수 있는 기다란 의자 하나가 있다면 거기에 나의 등을 내어놓고 지구에 등을 대고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매일 똑같은 변화가 반복되지만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성장하고 성숙되기 때문이다. 성숙의 마지막 종착역은 죽음이라는 걸 우리는 잊지 말고 살아야.... 그래야만 내 앞에 놓여진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