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단어는 나라마다 어감상 차이가 있다. 가벼운 뉘앙스 차이일 때도 있지만 때론 품고 있는 무게감 자체가 상당히 다를 수도 있다. 덴마크어로 영어 사이에는 어떤 근본적 차이가 있는 걸까? '행복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덴마크어 'Jeg er lykkelig'와 영어 'I am Happy'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덴마크어의 행복을 의미하는 lykkelig는 영어 happy 보다 무거운 뜻읗 지녔는데 실제로는 잘 쓰이지 않는 말이다. 그와는 달리 영어 happy 는 그저 기분이 좋다는 뜻으로 쓰일 만큼 일상에서 가볍게 사용된다. (p23)
이 책은 행복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는 덴마크의 행복의 척도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우리 말로 '휘게'라는 의미 속에 감춰진 그들의 삶에 대한 의미와 행복의 수준을 들여다 보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있다. 여기서 행복한 국가로 덴마크가 있고, 또다른 나라 부탄이 있다. 우리는 부탄보다 덴마크를 더 자세히 알려고 하는 건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부탄의 삶의 방정식을 우리가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고, 덴마크는 소득 수준도 높고 행복감도 높기 때문에 선망하고 동경하는 대상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보다는 왜 덴마크인들의 삶은 행복한지에 대한 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덴마크인들은 자신들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처럼 자살하는 이들이 있고, 우울증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해 본다면 우리보다 조금 더 행복할 뿐이다. 여기서 덴마크는 가지고 있고, 한국은 가지고 있지 않는 무혀의 가치들, 덴마크인, 덴마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것과 한국이 가지고 있지 않는 걸 비교해 본다면 왜 우리가 불행의 늪으로 빠져 드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왔다. 2000년대 이전까지 정부와 국가는 경제성장이 먼저였고,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 쳐 왔다.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에 대한 기대는 충만하였다. 경제적인 부를 얻는다면 우리는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희생해 왔다. 그러나 지금 현재 우리는 경제적인 부를 얻었지만 과거보다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비가 먼저이고, 행복한 척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는 불행이 싹트고 있다. 불행은 자살률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덴마크는 10만명당 11명의 자살률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 덴마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자살률을 나타내고 있으며,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공포와 두려움, 불안을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정작 사회적 안전망이나 신뢰, 믿음은 사라지고 있으며, 이웃간의 정도 과거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아파트라는 거대한 삶의 터전 속에서 내 옆집 사람을 의심하고 믿지 못하는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 덴마크처럼 엄마들이 아기를 가게 앞에 유모차를 두고 커피를 여유롭게 마신다는 건 우리로서는 상상할 수 없다. 사회적 믿음이 숨쉬고 잇느 덴마크와 그렇지 않는 한국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불행한 삶이 연쇄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은연중에 보여준다. 삶의 대부분을 일에 쏟아붓고 있는 한국과 달리, 덴마크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일에 몰두 하고 있다. 그 차이가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결정적인 이유이며, 일과 삶의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일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 돈을 추구하는 삶에서 벗어나 나눔을 실천하고, 자원봉사를 하고 , 내가 가진 시간과 돈을 남을 위해 쓰는 삶, 이런 삶울 추구한다면 우리는 과거보다 좀 더 나은 삶으로 바뀔 수 있고, 덴마크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복을 우리도 얻을 수 있다. 삶의 질,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돈이 아니 다른 가치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의 가치이다.또한 행복한 사회는 사람이 변하고 정치가 변해야 가능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