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르프로마진 - 나의 끝나지 않는 하루
김세홍 지음 / 작가와비평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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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징이 녹여있는 소설 한편을 만나게 되었다.김세홍 작가의 <클로르프로미진>은 뭔가 우리에게 이질적이며, 우리 삶을 그대로 녹여내고 있으며, 작가의 심리가 소설 곳곳에 개입되어 있다. 한국 소설이 외국 소설과 큰 차이점이라면 한국의 현실이 바로 문학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으며, 그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친밀함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 이질적이면서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작가는 친밀함과 불편함 두가지 감정을 균형적이면서 조화로움을 추구하면서 적절하게 활용해 왔으며, 이 소설에는 다섯개의 단편 소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책 제목과 일치하는 <클로르프로마진> 보다는 <트리코틸로마니아>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 소설에는 미술학원 남자 강사 차형우와 여성 강사로 등장하는 양소화가 나오는데, 두 사람은 소설 속에서 연인이자 친구이다. 학원에서 유일한 남자 강사였던 형우는 학원 원생들과 함께 섞이면서 묘한 관계를 연출하고 있다. 서로 갑과 을인 것처럼 보여지면서, 때로는 갑과 을 관계가 을과 갑의 관계로 뒤바뀌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었다. 소설 스토리를 들추어 보자면 소화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형우의 일상이다. 학원생들에게 둘러 쌓여 있으면서 소화는 형우와 여성 학원생과의 데이트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밥줄조차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형우는 원생들과 함께 데이트를 즐기면서, 소화의 눈치를 살피는데, 학원생은 둘 사이의 감정의 동선에 따라서, 그런 걸 즐기고 있었다. 소화에게 넌지시 건네는 말 한마디가 바로 소화의 마음에 생체기를 내고 있는데, 소화의 내면의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게 바로 '트리코틸로마니아'라는 단어였다.


생각해보면 소화는 자신이 싫어질 때마다 미용실을 가곤 했다. 거울 속 자신이 더는 자신처럼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고 미용실을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잘랐다. 전혀 다른 자신을 마주할 때까지, 더는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괴롭히고 나서야 찾아오는 안도감, 그리고 또 금세 자라나는 머리카락을 보며 밀려오는 무기력함에 기어이 자신의 머리카락을 뽑아오던 어린 자신의 모습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p73)


"트리코틸로마니아인 것 같네요. 모발 뿐 아니라 눈썹,음모 등 몸에 있는 털들을 무의식적으로 뽑으며 그 자극으로 심리적 쾌감이나 안정을 얻는 증상을 말해요." (p83)


물통을 든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선미는 자신이 실패하고 기회거 보미에게 넘어갔을 때 유치하다며 투덜되던 보미의 모습이 생각나 낮게 읊조렸다. 시끄러운 공기를 가로지르는 선미의 말은 고스란히 토미의 귀에 꽂히고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빨개진 보미의 무리를 향한 분노는 극에 달하기 시작했고, 보란 듯 과장된 걸음으로 소화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묘실을 향해 돌진했다.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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