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달다. 어제는 지랄맞았지만,
달다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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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짙은 물이 들어 깊게 흔적을 남기는 것이 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선뜻 내 것을 나누어 주는 것.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
나 아닌 다른 이를 위한 기도록 하루를 시작하는 것.

진심이어야 가능한 흔적들이 문득 떠오를 때면
2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따스한 온기가 피어난다.

빵빵이 아저씨,
건강히 계신가요?
감사 인사도, 작별도 서툴렀던 꼬맹이입니다.
오래도록 마음에 곱게 물든 흔적을 남겨주셔서 늘 감사했어요.
덕분에 참 살만한 세상입니다. (p97)


살다 보면
나조차도 내 편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면 마음 깊은 곳에 구멍이 난다.

구멍은 점차 거대해져
아스팔트로 얇게 도배한 싱크홀처럼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나에게는 당신이 필요하다.
서로의 어둠을 찬찬히 두드려
마침맞게 다져줄 우리가 필요하다.

당신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
어쩌면 단골 식당의 아주머니,
지나가는 길 고양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변치 않는 하나.
사랑이라 불리는 누군가이다.

살다보면
나조차도 내 편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토록 불왅번한 서로를 
연민하고 사랑하며 살게 되었는지 모른다. (p171)


한권의 책을 읽 되었다. 그림과 시와 글이 어루러진 따스한 온기가 담겨진 책, 우리의 일상을 이렇게 예쁘게 때로는 슬프게,때로는 씁쓸하고 때로는 달콤하게 그려내고 있는 저자의 문체 하나 하나가 또렷하게 기억되어졌다. 저자의 필명'달다' 는 가볍지도, 그렇다고 무겁거나 진지하지도 않은 그런 보통명사처럼 느껴지는 필명이다.자신을 감추고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작가의 예민하고 민감한 감수성 뒤에는 학창시절 세상을 떠난 아빠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아빠를 밞은 딸이라서 아빠를 미워했고, 아빠의 행동이 자신에게 옮을까 두려웠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자기 스스로 자책하게 된다., 아빠를 이해할 수 없었고,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빠가 그리워졌고, 아빠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세상 안에 존재하는 따스한 온기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사람들의 따스한 말과 행동들 속에 묻어나는 사랑과 연민, 누군가를 바라보면서, 그 사람의 그림자를 책으로 기록하고 있다. 기록이라는 건 그런 거다. 불완전한 기억을 불완전한 언어로 불완전하게 기록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은 시간이라는 것이 개입되면서, 소가 여물을 되새김하듯 우리는 기록한 추억들을 되새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되새김질 하는 행위는 바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의 실체였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죽을 때까지 놓치지 말고 잊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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