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왕조실록 1 :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ㅣ 조선왕조실록 1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7월
평점 :
우왕 6년 (1380), 영주에 살던 정도전 역시 피난길에 올랐다. 박수경, 배언 두 원수가 전사하면서 경상도에는 더 이상 고려의 군사력이 미치지 않았다. 유배에 이은 떠돌이 생활 6년째였다. 공민왕의 죽음과 함께 그의 운명도 크게 변했다. 우왕을 추대한 이인임은 친원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관과 연명해 초원으로 쫒겨간 북원의 중서성에 국서를 보내 우왕의 즉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나라는 사신을 보내 우와을 책봉하겠다고 통보했다. 친명파였던 정도전은 이에 맞서 김구용,이숭인, 권근, 등과 함께 도당에 글을 올려 반대했다.(p128)
내가 사는 곳은 좃건 건국의 일등 공신 정도전이 태어난 곳이다. 2014년 사극 드라마로 나온 정도전 첫방송 때 나에게 익숙한 삼판서고택이 등장해 묘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느낀 적이 있다. 거의 매일 지나다니는 곳을 방송을 통해서 화면 속에서 본다는 그 느낌은 상당히 오묘하였으며, 색다른 느낌이다. 사실 그동안 고려와 조선의 역사적 전환기에서 정도전보다는 정몽주와 최영이 더 부각되었고, 정도전은 상대적으로 역사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사극 드라마 한 편으로 정도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으며, 삼판서 고택 주변이 새단장되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역사학자 이덕일님이 쓴 책이 수십권 가지고 있다.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보기 시작한 그의 저서들, 그의 역사적 관점이 내가 생각한 역사적 관점과 묘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역사를 애국적으로만 바라보는 역사학자들을 보면 뭔가 불편하고 역사를 왜곡한다는 느낌이 강해서였다. 그것이 내가 역사학자 이덕일의 역사관에 관심가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덕일님이 쓴 <조선왕조 실록>은 그런 측면에서 20년전 내가 읽었던 책 박영규씨가 쓴 <한권으로 쓴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요소였으며, 조선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해석을 느낄 수 있었다.
역사학자 이덕일의 '조선왕조 실록 1권'은 고려 말 공민왕의 몰락과 조선의 건국을 다루고 있다.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는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면,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성계는 고려사람이 아닌 원나라 사람이었고, 아버지 또한 원나라 사람이었다.이성계는 고려와 원나라의 국경을 지키는 장수였던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고려말 공민왕의 몰락을 주목하고 있다. 고려 말 백성이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노국대장공주와 공민왕의 관계, 공민왕 곁에는 충신 최영장군이 있었다. 하지만 백성들의 고통을 공민왕은 헤아리지 않았다.
고려 후기 권세가이자 원나라 출신 기철이 친원파였던 권겸과 노책과 함께 공민왕이 왕에 즉위하자 마자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기철의 반란과 그의 죽음은 공민왕의 운명을 바꿔 놓은 역사적 관점으로 보자면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철은 원나라 기황후의 측근이었으며, 원나라는 기철을 주살하고, 주변인물들까지 척결하게 된다. 고려의 권력의 중심이었던 공민왕은 기철의 반란을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지금으로 보자면 그의 뼈아픈 실책이라고 몰 수 있지만, 그 시대적 상황으로 보자면 그것은 당연한 행동이 아닌가 싶다. 역사는 바로 그렇게 한치 앞도 못보는 이들이 저지르는 과오에 따라서 역사적인 큰 물줄기가 바뀌게 된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고 조선을 건국하게 된 그 전체적인 흐름을 이 책에서 알 수 있다. 그동안 일본 식민 역사학자에 의해서 조선의 역사를 부정적으로 바라 보았던 우리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역사학자 이덕일은 이 책을 통해 바꿔 보고 싶었다. 또한 이 책에서 이성계과 정도전의 만남 이후 , 한나라의 건립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고려의 군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상도 땅에서 태어난 정도전, 친명파였던 정도전은 우왕을 추대한 이인임의 정치적 횡보,친명 정책에서 친원 정책으로 돌아서려 했던 이인임의 정치적 횡보에 대해서 정도전은 직선적으로 반대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정도전이 유배형에 처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위기가 있으면 기회가 찾아오는 법, 정도전이 이성계를 찾아간 것은 조선 건국을 앞당기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정도전의 역량은 고려의 멸망을 초래하게 된다. 조선의 머리가 정도전이었다며, 그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이는 이성계가 적임이었다. 하지만 정도전은 그로 인해 이후 조선의 태종이 되는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그것이 바로 조선 건국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조선왕조 실록 1권>은 바로 이성계의 조선 건국의 흔적들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