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락일락 라일락 푸른 동시놀이터 7
이정환 지음, 양상용 그림 / 푸른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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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를 좋아하던 아이가 변화를 싫어하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잊혀진 동심이 아이에게 필요하고, 어른에게도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변화가 결코 유쾌하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우리는 변화가 가저오는 역동적인 움직임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되고, 도시의 삶에 지쳐 가게 되고, 자연과 점점 더 벗하게 됩니다. 동시조를 읽으면서 나의 어릴 적 읽었던 책들이 조금씩 떠올리게 되고, 외갓집에서 자연 속에서 풀벌레와 함께 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라일락

수수꽃다리 꽃그늘
꽃그늘은 향기로워

아이들 둘러서서 바람을 부릅니다.

라일랃
일락 라일락
일락일락
라일락 (p22)


단풍

내가 먼저 물들테야.
아니, 내가 먼저래두.

옥신각신 야단법석
멱살잡이라도 할 듯

그러다 
어느 한 순간
함께 물들어 버려요.(p31)


참새들

참새 떼 오종종종
풀밭 머리 앉았다가

석류나무 가지 끝에
몰 포르르 날아올라

입 모아 짹짹거려요.
가지 살금 흔들어 대요.

모이 몇 점 , 물 한 종지
작은 배에 채웠나 봐.

날아오르고 내려앉고
내려앉다 날아오르고

하늘의 높이 같은 건

아랑곳없는 참새들(p50)


분홍기차

분천역에서 철암역까지 오고 가는 기차
웃음소리도 싣고 가을바람도 가득 싣고
불타는 단풍 속으로 오고 가는 분홍 기차.
기차 타고 흥얼거리며 달려가고 싶어요.
평양과 신의주, 금강산과 백두산 천지
압록강 두만강까지 웃음소리 가득 싣고. (p94)


도시 속의 참새는 항상 바쁘게 다닙니다. 사람들에게 치이고, 자전거에 치이고, 자동차에 치이는 참새들은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시골 속에서 참새는 뭔가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습니다.가을 추수가 끝나면 참새들은 모이 잔치가 시작되며, 물 한모금, 모이 한 모금, 그 안에거 작은 행복을 얻어갑니다. 우리는 참새가 가지고 있는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순간조차 놓치고 살아간다는 걸 ,만족을 모르는 인간의 자화상을 생각하니 부끄러워집니다.


분홍기차, 봉화를 지나면 작은 간이역 두개가 있습니다. 분천역과 철암역.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하나둘 도시로 삶을 이동하면서 그곳은 휑하게 남아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작은 간이역에도 행복이 찾아오겠지요. 붉게 물든 단풍이 소백산, 태백산 산 곳곳에 보이게 되고, 분홍 기차가 두 간이역을 지나게 되면, 언젠가는 북한으로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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